한국인만 '물질적 풍요' 중시? 조사 보고서 확인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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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물질적 풍요' 중시? 조사 보고서 확인해보니...

입력
2021.11.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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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서치센터 '세계 태도 조사' 분석 결과
한국 응답자 62% 한 가지만 답해 단순비교 어려워
'물질적 풍요' 응답엔 '검소한 삶' 등도 포함
'단순 긍정' 응답과 부정적 응답은 중간값 상회

게티이미지뱅크


18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서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올해 초 "당신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What Makes Life Meaningful?)"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인 응답자 가운데는 '물질적 풍요'를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른 대부분 국가가 '가족'을 최고 높은 가치로 꼽은 것과 대비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국이 돈에 가장 민감한 국가"라는 해석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실제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한국인 응답자 중 '물질적 풍요, 안정성, 삶의 질'이라고 응답한 비율 19%였는데, 이는 전 세계 중간값(19%)과 같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물질적 풍요'로 분류된 응답에는 "편안함" "안전" "삶의 환경" 같은 표현도 포함되기 때문에 단순히 한국 사람들이 재물만 밝히고 탐욕적이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국 응답자 가운데 62%가 '한 가지'만 답해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하거나 성취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에 각국에서 재정적 여건 등 삶의 질을 응답한 비중(왼쪽)과 위 질문에 한 가지 답만 제시한 비중(오른쪽). 퓨리서치센터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봄 한국을 포함한 17개국에서 진행된 '국제 태도 조사' 36번 문항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하거나 성취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 공개한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물질적 풍요와 안정(19%), 육체적, 정신적 건강(17%) 가족(16%) 순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2%는 특별히 충족감을 주는 개념을 언급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삶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순위상으로만 놓고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인 다수가 중시하는 개념이 '물질적 풍요'인 것처럼 보이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19%다. 전 세계 중간값(19%) 수준이다. '물질적 풍요'는 전 세계적으로 '가족' '건강'과 함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3대 요소로 꼽혔다. 게다가 스페인이 42%, 네덜란드가 33%, 이탈리아가 29%, 벨기에가 25%, 스웨덴·싱가포르·오스트리아·캐나다가 22%로 한국보다 물질적 풍요를 꼽은 비중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스페인 등이 한국보다 물질적 풍요에 민감하다고 해석하기도 어렵다. 기본적으로 이 설문 조사는 개방형 설문으로 실시됐다. 응답자의 여러가지 응답을 받은 후 이를 정리해 코드화한 결과물이다.

한국에서는 '한 가지 응답'만 제시한 비율이 62%로 조사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은 응답자의 76%가 '복수 응답'을 냈다. 결국 모든 성취감 분류에 있어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대체로 응답률이 낮게 나왔고, 이는 다른 국가와 한국의 응답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평범한 삶" "검소한 삶" 답해도 '물질적 풍요'로 분류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하거나 성취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설문조사에서 '물질적 풍요, 안정, 삶의 질' 등으로 분류된 실제 응답을 설명하는 코드표. '평범한 삶' '검소한 삶' 등도 위 응답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보고서 캡처


퓨리서치센터 측의 여론조사 결과 코드화 과정을 보면 '물질적 풍요' 답변을 물질적 부로만 직결하기는 어렵다. '물질적 풍요, 안정성, 삶의 질'이라는 개념을 한데 뭉뚱그려 "좋은 삶의 조건" 중 하나로 묶었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부록으로 제시된 코드북을 보면 '생활수준' '안전함' '편안함' '우리가 가진 것에 행복함' '기초적 필요의 충족' '머리 위 지붕, 식탁 위 음식' 같은 응답도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범주 응답을 한 것으로 분류된 한 한국 여성은 "어려운 시기에 큰 걱정 없이 일을 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는 '사치 없는 삶, 검소한 삶'을 행복의 원천으로 언급한 독일인의 경우와 '음식 등 생존 비용이 높아져 불안하다'는 미국인의 응답을 모두 같은 섹터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이 물질적 풍요를 거의 같은 비율로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일반적으로 좋다' '어렵다' 응답은 전 세계 대비 높은 편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하거나 성취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에 각국에서 특정 근거 없이 일반적으로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중(왼쪽)과 같은 질문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중(오른쪽).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응답 비중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전체적으로 낮았다. 단 중간값에 비해 높았던 응답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분류된 응답이다. 응답자의 12%가 삶의 성취감에 대한 특별한 이유를 언급하지 않고 그저 "행복하다" "감사하다"고만 답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체 중간값(6%)에 비해 비중이 높다. 보고서는 응답자가 고령층인 경우 경우 이런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로 삶의 어려움을 호소한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정적인 면을 호소한 응답의 비중이 14%로 전체 중위값(10%)보다 높았는데, 삶의 성취에 대한 긍정적 부분을 묻는 질문에도 "행복한 것이 없다"거나 구체적인 삶의 어려움을 언급한 응답의 비중이 높았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중등 미만의 교육을 받은 응답자(20%)가 고등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응답자(10%)보다, 저소득층(20%)이 고소득층(9%)보다 부정적 응답을 할 가능성이 컸다.

퓨리서치센터의 해당 보고서에 인용된 한국의 조사 결과는 갤럽을 통해 2021년 3월 15일부터 4월 29일까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성별, 연령, 지역별 가중치 처리를 거쳤으며 오차범위는 3.5%포인트로 표시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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