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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부활을 꿈꾸며

입력
2021.11.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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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유신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덕수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유신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덕수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주 끝난 제49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만난 감독들은 하나같이 하소연했다. "오전에 수업을 듣고 와야 하니 선수들이 지칠 수밖에요."

봉황대기는 전통의 여름 축제였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재일동포 야구단까지 출전했던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진 대회다. 그래서 주말리그가 도입된 이후에도 봉황대기 참가엔 지장이 없었다. 얄궂은 코로나19 때문에 2년 연속 개최 시기가 밀리면서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는 사실 교육부 지침이 바뀐 탓이 크다. 교육부는 올해 출석인정일수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초등 10일(2020년 20일), 중등 15일(2020년 30일), 고등 30일(2020년 40일)이다. 출석인정일수는 학생이 대외 활동, 개인사정 등으로 결석해도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1년 동안 1~2개의 대회만 참가해도 사실상 현재의 결석 허용일수로는 무단결석을 피할 길이 없다.

주말을 제외하고 비로 순연된 이틀을 제외해도 11일이 소모된 봉황대기에서 결승까지 오른 덕수고와 유신고의 경우 결석 허용일수의 3분의 1이나 소요된 셈이다. 충분한 휴식을 통한 체력 관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오전 6시에 일어나 의무적으로 등교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경기에 뛰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참 안쓰러웠다. 8강까지 오른 신현성 경기고 감독은 "주말에 시합이 배정될 경우 월요일에라도 쉬게 해 주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주말리그 도입 1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운영의 묘가 아쉽다.

이번 대회 우승은 결승전에서 유신고에 9회 역전승을 거두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한 덕수고의 차지였다. 고교야구 붐이 절정이던 1980년 야구부를 창단한 덕수고(당시 덕수상고)는 1990년대부터 꾸준한 성적을 거둔 강팀이다. 최근까지 장재영(키움)이나 나승엽(롯데)과 같은 대형 선수를 배출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157㎞의 강속구를 던지는 심준석이라는 걸출한 투수를 앞세워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렇게 엘리트 야구선수의 산실로 꼽히는 덕수고 정윤진 감독에게 우승 소감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우승도 좋지만 이정호 같은 선수가 더 나와야죠." 이정호는 2012년 고교야구에서 최초로 서울대에 입학해 화제가 된 선수다.

학생 선수들에게도 학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풀뿌리 야구부터 시작해 프로에 지명되고, 거기에서 또 살아남아 FA(자유계약선수)라는 이른바 성공한 야구선수까지 될 확률은 3% 미만, 나머지 97%는 젊었을 때 즐거워서 야구를 하는 거며 그래서 공부도 해야 한다는 게 정 감독의 말이다. 그러나 명분을 앞세워 학생 선수들에게 목적의식 없는 학업을 강제하면 제2의 이정호는 기대하기 어렵다. 탁구 신동 신유빈이 고교 진학을 포기한 데는 현실적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선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봉황대기는 일본고교야구 고시엔(甲子園)에 비유되는 한국고교야구 최대 축전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만 해도 대회가 열리는 날 표를 구하기 위한 팬들의 발길이 서울운동장에서 동대문시장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장사진을 이뤘다. 고교 스타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전 동문이 어우러져 오롯이 야구를 즐길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성환희 문화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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