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23년 만에 최대주주 자리 내려놔
유진PE, 새 과점주주로 합류
정부 소유 '디스카운트' 사라질 듯
외환위기에서부터 시작된 우리금융의 민영화 역사가 20여 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무려 열 차례에 걸친 지분·계열사 매각을 통해 정부가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내년 3월부터는 예금보험공사가 선임하던 비상임이사 자리도 없애기로 하면서 우리금융은 사실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게 됐다.
22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 지분 15.13% 중 9.3%를 총 5곳에 나눠 매각한다고 밝혔다. 평균 낙찰 가격은 예상보다 높은 1만3,000원대로, 정부는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약 8,977억 원을 회수하게 된다. 공자위 측은 "이번 매각이 완료된다면 정부가 우리금융에 투입했던 12조8,000억 원 중 96.6%에 해당하는 12조3,000억 원이 회수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6개 과점주주 체제로... '업비트' 두나무도1% 지분 확보
이날 예보 지분 9.3% 중 가장 큰 비중(4%)을 낙찰받은 곳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였다. 유진PE는 4대 주주가 됨과 동시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게 됐다. 유진PE가 새로운 과점주주에 포함되고 예보가 비상임이사 선임권을 잃으면서, 내년 3월 이후 우리금융은 6명의 사외이사(IMM PE,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 푸본생명, 유진PE 각 1명 추천)와 손태승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이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손길을 완전히 벗어나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확보된 것이다.
나머지 지분은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1%)이 나눠 받았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이날 지분 1%를 추가하면서 총 9.8%의 지분으로 우리금융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가장 눈에 띄는 새 주주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다. 두나무는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우리금융 지분 인수에 강한 열의를 보였다. 두나무는 향후 안정적인 금융업 영위를 위해우리금융 지분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비금융계열사 인수합병(M&A)을 노리고 있는 것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 금융사 관계자는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신생 회사가 전통 금융사 주주가 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 마지막 단계... '정부 소유 디스카운트' 사라지나
이번 지분 매각으로 예보는 우리금융 출범 이후 처음으로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외환위기로 은행이 연쇄 도산하던 1998년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부터 고려한다면 꼬박 23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과 하나로종금,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에 공적자금 총 12조7,663억 원을 투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1년 '정부 지분 100%'의 우리금융이 출범했다.
그간 예보는 우리금융을 통째로 매각하려고도 했으나, 몸집이 큰 탓에 지분을 조금씩 쪼개 매각해왔다. 2002년 공모주 청약을 통해 3,672억 원을 회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과 2007년, 2009년, 2010년까지 총 4차례 블록세일을 진행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통 큰' 계열사 매각을 진행했고, 추가 블록세일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조금씩 회수해왔다. 현재 남은 회수금액은 4,303억 원이다.
예보는 내달 9일까지 매각 절차를 종료하고 남은 5% 수준의 지분 매각 적기를 살필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사실상 민영화에 성공함으로써 '정부 소유 금융사'라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지게 됐다"며 "예보가 보유한 잔여지분은 추가 이익을 획득해 회수율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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