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강경파' 친강 대사, 세미나서 발언
미국 주도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비판
"정상회담 후 미중 화해 전망에 의구심"
‘대미 강경파’로 통하는 친강 주미 중국대사가 “한반도 핵문제 등에서 평화적 대화를 추진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없었다면 미국은 훨씬 더 나쁜 시나리오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지난 7월 부임한 친 대사는 중국 힘의 외교를 상징하는 이른바 ‘늑대 전사’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21일(현지시간)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 대사는 18일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5일 화상으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양국 간 화해 가능성 전망과는 결을 달리 하는 언급이었다. 공교롭게도 친 대사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처음으로 직접 거론한 당일에 나왔다.
친 대사는 해당 세미나에서 미국의 모순적 행보를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자국의 대중 정책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키고, ‘통행 규칙’의 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규칙이 무엇인가? 누가 그걸 만들었나? 누가 교통경찰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국제 체제가 있고, 그것은 유엔 중심의 국제체제”라며 “유엔에서 중국의 합법적 지위는 50년 전에 복원됐고, 그간 중국은 규칙을 준수하고 행동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요 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해 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친 대사는 내달 9, 10일 예정된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제3자를 겨냥해 소그룹을 꾸리는 건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으로, 세계가 또 다른 ‘베를린 장벽’으로 갈라져선 안 된다”고 한 뒤,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가장 비민주적이며,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중국은 국제 체제의 신뢰할 수 있는 일원”이라면서 “중국과 미국은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친 대사 발언은 미중 갈등 완화가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뜻한다는 해석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만이 깊다는 것을 보여 준 언급으로, 미중 정상회담 이후의 일시적 화해 전망에 의구심을 던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소재 중국미국연구소의 소우랍 굽타 선임연구원도 “미국과 중국이 ‘관리된 공존’보다는, (당분간) 정리되지 않은 혼란의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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