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온' 프로젝트 시즌1 성공 종료
삼성, LG 등 대기업 총수들에 90도 감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부겸 국무총리가 최근 ‘90도 인사’를 한 재벌그룹 총수들이다. 이들은 김부겸표 청년 채용 정책인 ‘청년희망온(ON)’ 프로젝트에 가입해 13만 개의 새 일자리를 선물했다. ‘기업 팔 비틀기’라는 뒷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의외로 잠잠하다. 왜 그럴까.
"기업 팔 비틀기? 오해 감수하겠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한국일보에 “청년희망온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했을 때 기업을 압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정말 있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김 총리가 “심각한 청년 실업을 해결하려면 어떤 오해든 감수하겠다”고 정면돌파를 자청하면서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고 한다. 최근 2개월 동안 청년희망온이 만든 일자리는 삼성 3만 개, KT 1만2,000개, LG 3만9,000개, SK 2만7,000개, 포스코 2만5,000개 등 총 13만3,000개에 달한다.
김 총리는 재벌 총수들을 만나 진솔한 태도로 협력을 이끌어냈다. 그는 9월 14일 이재용 부회장과 대면한 자리에서 “지금 청년 일자리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며 “삼성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공헌을 감히 부탁 드렸고 삼성이 이렇게 멋지게 화답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먼저 기업에 청년 채용을 요청한 사실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또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총수들을 극진히 예우했다. 지난달 20일 스무 살이나 어린 구광모(43) 회장을 만나서는 “뜻깊은 결단을 내려주신 구 회장님께 정부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90도로 인사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11월 10일), 구현모 KT 회장(9월 7일) 등에게도 허리를 굽혔다.
출발부터 기업과 손발 맞춰
청년희망온 프로젝트는 출발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손발을 맞췄다. 김 총리는 5월 취임 직후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조언을 구했고, 회의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기업이 일자리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부가 지원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존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이 아닌,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실제 청년희망온은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1,200명)’ ‘KT 인공지능ㆍ디지털전환 아카데미(900명)’ ‘SK하이닉스 청년 인턴십(400명)’ 등의 사업에 고용노동부 예산을 투입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나 국제금융기관이 ESG(환경ㆍ사회공헌ㆍ지배구조 개선) 지표를 근거로 투자처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청년 채용 등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가졌지만 방법을 몰랐던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170억 원 규모의 청년 친화형 ESG 지원 예산이 통과될 경우 정부 지원 규모는 더욱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만남을 끝으로 청년희망온 시즌1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는 대기업 위주로 채용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플랫폼 기업, 중견 기업 등으로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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