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파동 후 비축사업 추진…전국 9개 비축기지 완공
국내 9번째 석유비축기지가 울산에 문을 열었다. 이로써 정부가 석유파동 이후 1980년부터 추진해온 석유비축기지 건설계획이 40여년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19일 준공을 기념해 울산석유비축기지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울산석유비축기지는 지하 80m, 아파트로 따지면 25층에 달하는 깊이에 그야말로 거대한 동굴을 연상케 했다. 폭 18m, 높이 30m, 길이 2.97㎞의 터널형 지하저장공간으로 1,030만 배럴의 원유를 보관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열흘가량 쓸 수 있는 양이다. 암반을 뚫어 만든 공간 자체가 원유 저장용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송유관 외에 별다른 구조물은 없다. 저장원리의 핵심은 지하수압으로 기름과 물의 비중차를 이용해 지하수압이 원유와 가스 누출을 차단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시설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 반영구 시설로 지상 저장시설에 비해 연간 20억의 유지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1980년부터 석유비축사업을 추진해왔으며, 2016년 울산 비축기지 지하공동 건설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울산을 마지막으로 전국 9개 비축기지(울산, 거제, 여수, 서산, 구리, 평택, 용인, 동해, 곡성)에 모두 1억 4,600만 배럴 규모의 저장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비축유는 총 9,700만 배럴로 IEA 국제기준에 따라 산출할 경우, 추가적인 외부 석유도입 없이도 106일 가량을 쓸 수 있다. 여기에 민간 보유량인 1억 배럴을 추가 합산하면 사용 일수는 약 200일로 늘어난다. 정부는 저장능력이 커진 만큼 2025년까지 정부 비축분도 1억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이날 준공식에는 박기영 산업부 제2차관과 이채익 의원(울산 납구갑), 권명호 의원(울산 동구), 조원경 울산광역시 부시장,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비축기지 건설에 기여한 손준택 석유공사 차장 등 8명은 산업부 장관 및 석유공사 사장 표창을, SK 에코플랜트·삼안·벽산 엔지니어링·동아지질·유벡 등은 감사패를 받았다.
박 차관은 “최근 3년 만에 국제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수급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석유저장시설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요소수 등 원자재에 대한 수급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주요 원자재의 공급망을 면밀히 분석하고, 비축품목 확대, 수입국 다변화 지원 등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