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치화 말라, 외부 간섭 반대"
뒤통수 맞은 中, 신장 거론에도 발끈
바이든 발언으로 미중 갈등 증폭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처음으로 직접 거론했다. 불과 사흘 전 첫 미중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백악관이 "신장위구르 인권 우려 때문"이라고 공식 확인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스포츠를 정치화 말라"고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 여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권 일부에서 주장해온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되 정부나 정치권 인사들로 꾸려진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행위다. 냉전시절 반쪽으로 치러진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달리 스포츠 정신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참여는 보장한다. 반면 올림픽 계기로 진행되던 외교 채널 간 접촉은 모두 끊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은커녕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을 정치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이로 인해 미중 갈등은 다시 증폭될 수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반복하며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관행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인권 유린이고, 이를 심각히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사흘 전 미중정상회담과의 연관성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 검토는 정상회담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거기서 논의된 주제도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남아 있지만, 일단 중국이 뒤통수를 맞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로마정상회의 선언문은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각국 선수들의 중요한 기회이자 인류 근성의 상징”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이에 중국은 내심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행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일격을 맞은 중국은 발끈했다. 이날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신장 문제에 대해) 어떠한 외부세력도 어떠한 명목과 방식으로도 간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신장에 강제노동이 존재한다고 중국을 먹칠하는 것은 우스갯소리"라며 "인권 문제로 중국을 비난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베이징올림픽은 세계 각국 선수들의 무대고, 그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라면서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 각국 선수들의 이익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가 앞서 17일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 검토 보도에 “추측성 보도에는 논평하지 않겠다”면서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라고 짤막하게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계열 매체 런민쯔쉰은 “인권을 이유로 보이콧을 거론하는 자체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미”라며 “정치적 쇼로 다른 나라들에 입김을 미치며 제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가세했다.
무엇보다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겼던 보이콧 논란이 바이든 대통령으로 인해 다시 불붙자 중국은 다급해졌다. 지난 5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 유럽의회가 보이콧을 촉구하거나 가능성을 내비칠 때만 해도 중국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특히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IOC는 슈퍼 세계정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존 코츠 IOC 부위원장도 지난달 13일 중국의 인권 침해 논란에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발을 뺀 터라 중국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