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이른바 ‘북한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인 청년층의 사상적 해이를 직접 질타했다. “알속(알맹이)은 없고 형태적인 틀거리(근거)만 있다”면서 이들에게 충성 강화를 촉구했다.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작업이 시급하지만, 경제난이 길어지면서 민심 이반 조짐이 뚜렷해지자 최대 위협 요소인 청년세대 특별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전날 평양에서 진행된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그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3대혁명 운동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한을 통해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3대혁명운동)에서 허점이 많이 보이고 있다”며 “아직도 많은 단위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3대혁명 선구자대회는 사상ㆍ기술ㆍ문화 분야에서 모범을 보인 단위 또는 일꾼들을 예우하거나 독려하는 취지로 1986년 처음 개최됐다. 이후 1995년 11월, 2006년 2월, 2015년 11월 등 대략 10년 단위로 열렸지만, 올해는 4년이나 앞당겨 행사를 마련했다. 올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 성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젊은 층을 콕 집어 강도 높게 비난한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생산현장들에 나가 3대혁명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졸업생 출신의 활동이 저조하다”고 몰아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주민 충성심이 약화한 가운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고학력 청년층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북한 당국은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초기 시장경제를 체험해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는 MZ세대를 특별히 관리해왔다. 김정은 체제를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8월 말 북한 청년절을 맞아 노동신문이 “사회주의는 지키면 승리하고 버리면 죽음”이라며 “자유화 바람에 물들어 사회주의 탑을 한순간 무너뜨린 청년의 운명은 비극적 막을 내렸다”면서 청년들에게 정신무장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 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이 보낸 서한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6년 전 4차 대회 때 17차례 언급된 선대 지도자를 ‘수령들’로 우회적으로 표현해 유일영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중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