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대만 새 외교공관 연 것은 18년 만
중국, 리투아니아에 압박 가했지만 소용없어

18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개관한 대만대표처 입구에서 황준야오(오른쪽 세 번쨰) 대표 등 직원들이 개소를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만 외교부 제공
대만이 유럽에 18년 만에 새 외교공관을 열었다. 공식 수교 단계는 아닌 ‘대표처’ 수준이지만 중국의 기존 수교 국가에 공관을 개소했다는 의미는 물론, 외교적 관례에 따른 ‘타이베이’ 명칭이 아닌 ‘대만(Taiwan)’을 공식 이름으로 사용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ㆍ친(親)대만 행보에 유럽이 화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대만 외교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주 리투아니아 대만대표처가 오늘부터 공식 운영을 시작한다”며 “대만과 리투아니아 간 양자 관계를 위한 새롭고 유망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과 리투아니아는 반도체, 레이저, 핀테크 등 여러 산업 영역에서 방대한 협력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미래 핵심 가치관을 공유하는 가운데 양측 인민 간 교류 촉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도 “리투아니아는 아시아와 인도ㆍ태평양 지역 전체와 더 긴밀한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며 “최근 호주에 대사관을 열었고 한국에도 열 예정이며, 향후 대만에도 대표처를 설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대만은 중국이 강력히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대외 수교 정책이 힘든 상황이다. 중국 측은 중국과 수교를 원하는 타국은 대만과 단교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남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 마셜 제도 등 15개국에 그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도 공식 수교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으며, 유럽 내에서 대만과 수교 중인 곳은 바티칸이 유일하다. 한국도 1992년 한중 수교 과정에서 대만과 단교했다. 대신 서울과 타이베이에 상호 대표부를 개설한 상태다.
대만이 리투아니아에 대표부를 개설하면서 중국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중국은 유럽 내 대표적 ‘반중’ 국가가 된 리투아니아의 결정이 국제사회에서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대만의 독자적 활동 공간이 넓어질 것을 우려해 그간 리투아니아를 강력하게 압박해왔다. 리투아니아 대사를 소환하고, 자국과 리투아니아를 오가는 화물 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하면서 경제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올해 초 대만이 남미 가이아나에 대표부를 개설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가이아나에 “실수를 바로잡으라”면서 압박을 가해 결국 대만 대표부 개설이 무산된 전례도 있다.
게다가 리투아니아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국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유럽 내에서 중국 대신 대만과 협력하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달에는 대만 정부 대표단이 슬로바키아와 체코,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중국이 반발하기도 했다. 유럽 국가들의 친 대만 행보의 뒷배는 미국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과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대만의 유엔 기구 복귀도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일단 중국 외교부는 리투아니아 대만대표처 개소에 대해 “극히 터무니없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외교부는 “리투아니아 정부는 중국 측의 강력한 반대와 거듭된 만류를 무시하고 이른바 ‘대만대표부’ 설치를 승인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 극히 터무니없는 행위에 강력한 항의와 확고한 반대를 표명하며 이후 벌어질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리투아니아 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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