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의 간판 자동차 회사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반도체 생산에 직접 뛰어든다. 자율주행 시대로 갈수록 반도체 수요가 더 치솟는 만큼, 미리 공급망을 확보해 칩 부족 사태를 다시 겪지 않겠다는 취지다.
포드, GM에 앞서 이미 다수 글로벌 업체들이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상황이다. 다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반도체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라,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포드, GM도 "자체 칩 만들겠다"
포드와 GM은 18일(현지시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는 세계 4위 업체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가 자율주행, 배터리 관리 등 필수 칩 개발 연구를 함께 하고, 제작은 글로벌파운드리에 맡기는 식이다. 척 그레이 포드 부사장은 "반도체를 직접 개발함으로써 자동차의 성능과 기술 독립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GM도 퀄컴, NXP, 대만의 TSMC 등과 협력해 새 차량용 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다수의 '마이크로컨트롤러' 칩도, 하나의 칩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GM은 "연간 1,000만 개 수준을 대량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 잇딴 칩 자립 선언 배경은?
앞서 독일의 폭스바겐이 자체 자율주행 칩 설계 계획을 밝혔고, 최근엔 BMW와 퀄컴이 자율주행 칩 계약을 맺은 사실이 공개됐다.
이런 움직임은 자동차에서도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자동차엔 반도체가 200개가량 들어가지만,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공급망은 상당히 취약하다. 대신증권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는 반도체 공급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아 반도체사의 생산 시설에 투자하거나 장기계약을 하지 않는다"며 "이번 위기로 차 업계와 직접적인 관계 구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뒤늦게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첨단 칩 수요 커질수록 공급망 리스크도 부각"
다만 이런 칩 자립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최근 급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규모가 작다. 반면 첨단 자동차가 쏟아지면서, 칩 개발 난도는 올라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제조사마다 다 달라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다. 파운드리 입장에선 기술 난도는 높지만 그만큼 돈이 되는 반도체가 아니다. 반면 칩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IT업계는 필요 물량을 얻기 위해 특정 파운드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재정 지원까지 한다.
게다가 이런 첨단 칩을 찍어낼 수 있는 파운드리는 전 세계에 TSMC, 삼성전자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파운드리로선 차량용 칩 공급을 늘리면 결국 다른 '돈이 더 되는' 칩 공급을 줄여야 한다. 완성차 업체까지 자체 칩을 주문하고 나서면, 글로벌 주문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파운드리 생태계를 고려하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커질수록 완성차 업계의 공급망 관리 리스크는 더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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