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1787년 미국헌법 초판 중 하나 대상 경매
'컨스티튜션 DAO' 만들어 이더리움으로 모금 시도
물건 소유권 아닌 통제력만 사는 개념
사흘 만에 4,000만 달러 모아...아슬아슬하게 실패
암호화폐, 사적 수익 아닌 공공 목표 위해 활용돼
"미국 헌법의 초판 사본 경매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개별 물건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온라인으로 돈을 모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으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함께 이뤄낸 것에 감사하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놀랐습니다."
19일 미국 소더비 경매에 나온 미국 헌법의 초판 경매가 평소와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암호화폐 투자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컨스티튜션DAO'가 경매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컨스티튜션DAO는 현재 총 13개만 남아 있는 미국 헌법의 공식 사본 중 유일하게 개인 소장으로 알려진 것을 산 뒤 어디에 쓸지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결정하자는 뜻으로 갑자기 모인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다.
그리고 실제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컨스티튜션(헌법) DAO'는 경매 직전 불과 72시간 만에 4,0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최종 낙찰 금액(해머 프라이스)은 4,100만 달러, 여러 비용을 포함하면 구매 금액은 4,320만 달러였다. 사실상 간발의 차이로 낙찰에 실패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소더비 경매 채팅창에 몰려 경매를 응원하던 이들도 아쉬움을 안은 채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컨스티튜션DAO 측에 따르면, 이 사건은 DAO의 사회적 의의를 알린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이들은 "박물관 큐레이터와 미술 감독부터 우리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이더리움을 알리고,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과거의 자산을 보존하는 것의 의미를 알렸다"고 글을 남겼다.
'기부자'들은 왜 DAO로 헌법을 사야 했나
DAO란 '중앙 권위 없이 컴퓨터 코드와 프로그램으로 관리되는 조직'을 말한다. 기본 문법은 '비트코인'을 구현한 기술로 유명해진 블록체인, 즉 분산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어느 누구도 조직의 지배권을 갖지 않고 조직 지분 보유자들의 투표에 의해 의사를 결정한다.
컨스티튜션DAO도 "돈을 모아 헌법을 사자"는 기본 개념 외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관리, 사용 방법 등은 모두 기부자가 지분만큼 영향력을 행사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헌법이라는 상징적 문서'에 대해 소유권이 아닌 '통제력' 만 사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한, 투자라고 할 수도 없고,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모임임에도 컨스티튜션DAO엔 짧은 시간 안에 기부가 몰렸다. "개인 소유로 알려진 유일한 미국 헌법의 사본을 공동 구매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대중이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공공의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1만7,437명이 모금에 참여했고 중간값 금액은 206.26달러(약 24만 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소액 기부도 많았다는 뜻이다. 컨스티튜션DAO 측은 모금액을 모두 원소유자에게 되돌려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더 많은 자산을 공공에 돌리겠다"
이번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투자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불특정 다수의 모임이 실제로 암호화폐와 분산 네트워크 기술을 믿고, 이를 사적인 수익 대신 "공공을 위한다"는 비교적 숭고한 목표에 썼다는 면에서는 상당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스스로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인간의 자치를 위한 가장 위대한 역사적 도구인 미국 헌법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분권화한 암호화폐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진지한 관점으로 투자에 임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핵심 참가자 중 하나인 앨리스 마는 "우리는 더 많은 물건이 사적인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공공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매를 마친 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번 싸움에서 졌지만, 이건 결코 첫 싸움이 아닐 것"이라며 "인터넷 친구와 밈(유행), 그리고 하나의 목표가 최고 엘리트 예술 경매 무대에서 끝장 승부를 펼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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