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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Know] 포큐파인 한 마리가 사자 17마리와 싸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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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Know] 포큐파인 한 마리가 사자 17마리와 싸우면?

입력
2021.11.21 18: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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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포큐파인에게서 배우는 핵심역량과 경쟁우위

덩치 작은 아프리카포큐파인이 사자에 맞설 수 있는 것처럼 핵심 역량을 지닌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지속적 생존이 가능하다. 삽화 신동준 기자

덩치 작은 아프리카포큐파인이 사자에 맞설 수 있는 것처럼 핵심 역량을 지닌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지속적 생존이 가능하다. 삽화 신동준 기자



2014년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17마리 사자떼에 둘러싸인 아프리카포큐파인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호저라 불리는 아프리카포큐파인은 고슴도치처럼 몸과 꼬리 윗면이 5㎝ 정도의 가시털로 덮여 있다. 3만 개나 되는 가시는 쉽게 뽑혀 공격자의 살에 박힌다. 가시 끝에는 갈고리처럼 생긴 작은 돌기가 있는데 이 돌기가 근육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기 어렵게 한다. 가시가 빠지지 않으면 염증이 생겨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다.

영상에서는 사자떼가 아프리카포큐파인을 발견했지만 몸통의 가시 때문에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한다. 잠시 후 굶주림을 참지 못한 암사자 한 마리가 아프리카포큐파인을 건드려보지만, 가시에 찔려 깜짝 놀란다. 화가 난 아프리카포큐파인이 사자를 향해 달려들자 결국 사자들은 사냥을 포기한다.

작은 아프리카포큐파인이 강력한 가시로 사자떼를 물리치는 것처럼, 기업도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한 뭔가를 가져야 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핵심역량이라고 한다. 핵심역량이란 단순히 그 기업이 잘하는 활동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훨씬 뛰어난 고유 능력(특수 기술, 자원, 인력, 브랜드 등)을 말한다.

전 세계적 반도체 부족사태가 발생하자 삼성전자, TSMC 등이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네덜란드의 ASML이라는 작은 장비 업체였다. ASML은 전 세계에서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 기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려 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100대도 못 미쳐, 치열한 구입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선 ASML을 '슈퍼 을(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의 '퓨처브랜드'가 발표한 '2021년 글로벌 브랜드 톱 100'에도 ASML은 애플, TSMC, 삼성전자, 인텔 등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를 만큼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규모를 키우는 대신 한 가지라도 경쟁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핵심역량을 갖추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준엽 경희사이버대 마케팅ㆍ리더십경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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