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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터 된 2030, 일자리 주거정책이 표심 가른다”

입력
2021.11.18 16: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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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의 노크]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내년 대선에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든 청년층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2030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내년 대선에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든 청년층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2030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2030세대가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030세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자 모든 대선 후보들이 청년세대에 구애하는 공약을 쏟아내기 급급하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젊은층을 공략하겠다며 남성 편향적 행보를 보이다 여성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다.

2030세대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권 기득권층의 불공정에 분노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도 반목의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통상 진보 성향을 보이는 2030세대가 왜 민주당 정권에서 이반하고 대선 국면에서 표류하고 있을까.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를 만나 2030세대의 정치 인식을 분석해 봤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2030세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30세대가 탈정치화한 것은 아닌가.

“실제 최근 2~3개월 여론조사를 보면 20대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통령감이 누구냐’라는 질문에서는 20대의 50%, 30대에서는 40%가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 대선 6개월 전과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다만 지지후보가 없다는 것을 탈정치화로 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비투표 응답자에는 정치적 무관심층과 비당파적 유권자층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관심 없는 유권자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유권자를 구분해야 한다. 지금 2030세대는 후자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030세대를 부동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가.

“정치적 행위로 정치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에 대한 그동안의 추이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12월 탄핵이 한창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청년층에서 높은 정치적 효능감을 발견할 수 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청년세대의 정치적 효능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조사에서는 청년층이 4050세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싫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청년층의 일반적 특성까지 감안하면, 지지 후보가 없다는 반응은 그들의 적극적인 정치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 즉 아직까지 선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선택을 포기했다고 해석하기는 이르다. 여야 핵심 대선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유권자가 적은 2030세대에 주목하는 것도 아직 이들 세대가 어떤 후보를 찍을지 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30세대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대의 경우 지난 대선까지 민주당 투표 성향을 보이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조국 장관에 부정적 견해가 20대에서 가장 높았다. 놀라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보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더 빠졌다는 사실이다. 정의로운 척하면서 조국 장관에게 돌을 던지는 자유한국당이 더 싫다는 20대가 ‘탈진보 비보수’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도 20대 전체로는 2018년 지방선거나 2020년 총선까지 진보투표를 하다가 작년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보수 투표를 했다. 그런데 2030이 보수가 좋아서 찍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치 효능감이 높고 적극적 유권자층인 2030세대의 특성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을 찍은 게 아니라 민주당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수 투표를 하려는 청년층의 최대 관심사는 민주당을 떨어뜨리는 데 있는 것 같다.”

-통상 2030 청년층은 이념 지형에서 진보로 분류되는데, 지금 2030은 진보 보수 어느 쪽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인가.

“연령 효과(age effect)와 세대집단(cohort effect)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X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40대를 보면, 90년대 중반 청년시절 이들은 탈이념으로 규정됐다. 2007년 대선에서 청년 투표율이 최저를 기록하자 20대가 탈정치 보수화됐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들 세대가 탄핵국면에서 촛불 집회와 유모차 부대의 주역이 됐다. 청년기에 탈정치 보수화 경향을 보였던 40대가 현재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20대의 경우도 유동적으로 계속 변화의 상태에 있다고 보이고, 현재 상태를 진보다 또는 보수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모두 오류가 될 수 있다. 난민 이주자 남북관계 대미ㆍ대중 관계 등에서는 전통적 보수의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복지에 대한 태도나 젠더 및 불평등에 대한 인식, 기후환경 문제에서는 여전히 진보 성향을 많이 보이고 있다.”

"2030의 이재명과 윤석열 선택은 아직 유동적 "

그렇다면 2030세대는 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일까. 통상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신 교수의 분석은 달랐다.

-조국사태를 계기로 2030세대가 이반했다면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이 문제였나.

“20대가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아는 것처럼 집권 초기 인천국제공항(인국공)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와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등으로 불거진 불공정성 논란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보면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연령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다. 자료를 보면서 눈을 의심할 정도였지만 다른 연구자들도 2030세대의 특이한 공정성 인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2030세대가 공정성에 뿔났다’는 것은 언론에서 증폭시킨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30이 문재인 정부에 등 돌린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가설이긴 하지만 2030의 계급ㆍ계층적 차이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반적인 민생경제 지표가 나빠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와 비교했을 때 가처분 소득의 불평등도는 지속적으로 줄었고 실업률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성장과 분배 지표도 크게 나쁘지 않다. 그런데 유독 2030, 특히 20대의 상황이 상당히 심각할 정도로 나빠졌다. 또한 집값 폭등과 자산 격차 확대가 청년층에게 큰 절망을 주었을 것이다. 최근 2, 3년 동안 20대 청년의 70%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으로 일자리 소득 주거, 즉 먹고사는 문제를 지목했다. 청년층이 상당히 열악해진 상황에서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분노가 일시에 폭발했는데, 청년층에 무관심하면서 이해하는 척하는 기득권층의 위선에 대한 거부감 이런 것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나타난 2030의 홍준표 지지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청년층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런 맥락에서 이준석을 선택한 것이다. 홍준표도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이나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같은 기성 정치인과 다른 신선한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 청년층은 계속해서 검찰, 정부, 정치권의 어떤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권력을 가진 기득권 특권세력이 아닌 누군가를 찾고 있다.”

-홍준표가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등만 남았다. 이 상황에서 2030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2030의 선택은 여전히 유동적으로 보인다. 대선이 아직 네 달이나 남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2030이 정치적으로 적극적이고 효능감이 강하다는 전제에서 본다면 적어도 정치 혐오증이나 무관심 상태로 빠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2030이 기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심상정이나 안철수 등 제3후보를 선택할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윤석열이나 이재명이 앞으로 남은 넉 달 사이에 2030세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 불안정한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윤석열이 보여 줄 수 있는 자극으로 어떤 것을 가정해 볼 수 있을까.

“긍정적 부정적 자극 모두 가능하다. 어떤 후보의 결정적 실수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보궐선거 때 박영선 후보가 청년층에 대해 ‘경험치가 부족하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인데 청년층에 대한 몰이해는 당장 표로 연결될 수 있다. TV 토론회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2017년 대선 때 안철수도 TV 토론회에서 침몰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정책에 대한 이해부족을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들어 보이고 이재명은 논리적이고 명쾌하지만 그럴수록 지지율이 빠지는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 2012년 대선 때의 이정희와 비슷한 이미지가 될 수 있다.”

"남성 편향적인 청년층 구애는 방향도 전략도 미스"

대선 후보들은 표류하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최근 여성가족부 개편을 포함한 반페미니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ㆍ윤석열 후보의 접근법은 틀렸다는 게 신 교수의 진단이다.

-여론조사에서는 2030세대에서 남녀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남성이 윤석열 후보 지지로 기운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20대 남성을 보면 지난 몇 달 사이 보수 쪽으로 많이 이동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대 여성도 윤석열 후보 지지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20대에서도 남녀 구분 없이 보수 지지가 우세한데 실제 공정성 인식을 직접 조사해 보면 20대 남녀 차이가 거의 없다. 20대 남녀가 모든 면에서 다르다라는 인식은 상당히 과장되거나 왜곡됐다고 볼 수 있다. 20대 남성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질문하면 당연히 대다수가 부정적 응답을 한다. 지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에 대한 문답도 굉장히 1차원적이다. 도리어 심층적인 질문, 가령 남성 우월주의나 직장에서의 남녀 고용평등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20대 남성 다수가 윗세대 남성보다 진보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에 대한 태도도 나이 든 세대가 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지금 20대 남성이 유독 젠더 이슈에서 보수적이라는 인식은 왜곡되거나 과장됐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윤석열 캠프 모두 캐스팅보터인 2030을 잡겠다면서 남성에게만 구애하는 형국인데, 그렇다면 두 캠프 모두 헛다리 짚는다는 것인가.

“양성평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호소하는 방향 자체가 문제다. 20대 절반이 여성 표란 점을 감안하면 전략적으로도 미스다. 2030세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지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지 않은 상황인데, 이재명 후보가 2030 남성들이 모이는 ‘에펨코리아’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여성 유권자에게 ‘우리 찍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여성들을 유권자로서 마치 없는 존재처럼 간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0대 남성 다수가 반페미라는 단순하고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실책이다.”

-그렇다면 2030을 잡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공약은 무엇일까.

“우리 정치를 지역주의가 지배했다면 노무현 이후 세대 간 이념 대결이 주요한 변수가 됐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세대별 이념 변수 못지않게 계급계층 변수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은 사회경제적인 계층 변수가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심지어 계급 배반 투표 현상까지 생겼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젊은층으로 갈수록 계급계층 투표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산이 적을수록 진보적이고 많을수록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런데 정당 정치에서는, 심지어 정의당조차도 연령과 성별 변수에 집착하고 있다. 지금 2030의 직업 구성을 보면 사무전문직과 서비스생산직 노동계급으로 정확히 반분돼 있다. 20대를 단일한 연령 집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식이 다양하고 계급적으로 양분돼 있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젠더 측면뿐만 아니라 계급계층적 구성까지 감안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2030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일자리 소득과 주거 부동산 등 4대 핵심 측면을 공략해야 한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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