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 美 부장관 “한일 양자 간 이견 때문"
종전선언 "협의 만족"...추가 답변은 회피
한국 미국 일본 3국 외교차관 회담 후 진행하려던 공동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되고 미국 부장관 홀로 회견장에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불편한 한일관계 때문에 빚어진 사태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6ㆍ25전쟁 종전선언을 두고 “협의에 만족한다”면서도 구체적 답변을 피해 미국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셔먼 부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종전선언과 관련한 문제에 짧게 답하겠다. 미국은 한국,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와 갖고 있는 협의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계속된 협의를 고대한다”면서도 추가 질문에는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종전선언에 대해 이미 답을 했다. 우리는 좋은 협의를 하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변하는 식이었다. 셔먼 부장관은 “우리가 함께 협의, 조율할 때 늘 평화와 안정에 있어 각 국 및 전 세계의 이익을 보장하는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고 믿는다”라고만 했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된 구체적 문안 내용, 현황 등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앞서 9월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 추진 필요성을 제기한 뒤 한미 간 협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한미가)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발언 이후 한미 간 온도차도 감지됐다. 양국은 조만간 문안 협의를 마치고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할 예정이다. 그러나 종전선언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한국에 비해 미국은 종전선언 추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셔먼 부장관은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으며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 성취에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보장,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인도태평양에서 국제규범을 존중하는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한미일 3국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한편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셔먼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 국무부에서 3국 외교차관 협의회를 열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의 회담이다.
애초 국무부는 3국 외교차관 협의회 후 세 사람이 모두 참석하는 공동 기자회견 개최를 공지했다. 하지만 회견을 2시간 가까이 남겨둔 시점에 셔먼 부장관 혼자 회견을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결국 한일 두 나라 외교차관은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 차관은 이날 저녁 워싱턴특파원 간담회를 따로 진행할 예정이다.
셔먼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동안 그랬듯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다”며 “이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 변화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이견은 오늘 회담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태이며 한국은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대화가 중단돼 있다. 미국도 일본 측에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마저 거부하는 상태다. 이런 분위기가 이번 공동 기자회견 무산으로 연결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16일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항의 차원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반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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