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찬성 많지만...59% "엄격한 심사 거쳐 제한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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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 찬성 많지만...59% "엄격한 심사 거쳐 제한적으로"

입력
2021.11.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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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에 찬성 48%, 반대 34%
미얀마·아프간 난민 수용 여부엔
"인도적으로 전폭 수용" 20% 그쳐
조건부 찬성 의견이 훨씬 더 높아

시각물 우리나라가 난민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 강준구 기자


작년 2월 발생한 미얀마군의 쿠데타 이후 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인접국인 태국과 인도, 그리고 우리나라 등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 그리고 지난 8월에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20년 만에 재장악하면서 많은 아프간 시민들이 해외로 피신하며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인 데다, 민주화 항쟁을 통하여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해 미얀마 시민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고, 아프간에서도 미국과 협력해 민주주의 국가의 재건을 위해 현지인들과 협력해왔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이들 난민 수용과 관련하여 더 큰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난민 수용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8월 26~3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난민과 이민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미얀마·아프간 난민 엄격한 심사로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의견 높아

시각물_미얀마 및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입장. 강준구 기자


난민의 출신 국가를 한정하지 않고,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을 때, 국민 중 48%는 정부가 난민을 수용하는 것에 대해 찬성, 34%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난민 수용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미얀마와 아프간 난민 수용 여부와 같이 비교해보면, 무조건적인 찬성이 아닌 조건부 찬성 의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미얀마 난민 수용에 대한 인식을 먼저 살펴보면, 인도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20%, 엄격한 심사에 따라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59%로 각각 나타났다.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인식 역시 인도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17%, 엄격한 심사에 따라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59%였다. 미얀마와 아프간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이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이다.

난민 정책, 직접 보호보다는 간접 지원을 더 선호

시각물_만약 우리가 난민을 지원해야 한다면,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미얀마 및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인도적 관점에서의 전폭적 수용 여론은 크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떤 난민 정책을 선호할까?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공정한 난민 심사 또는 재정착 조치 등을 통해 국내에 난민을 들여와 영구적으로 직접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견보다는, 난민을 수용하는 제3국이나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적 지원을 허락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높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난민 신청자에 대한 공정한 심사 후 인정조치 및 수용(28%), 유엔난민기구(UNHCR)에 의해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에 한해 국내 재정착 조치(7%)를 합해 35%가 국내 난민 수용 및 직접 보호를 지지했다. 반면 유엔난민기구를 통한 난민 재정 지원(28%), 난민이 발생한 국가의 난민촌에 인적·물적 자원 지원(13%)을 합해 42%가 난민 간접 지원을 지지했다. 난민 타국 수용 전 비자 심사 기간 동안만 한시적 수용(14%), 기존 국내 거주 난민과 동일한 처지인 사람들에 대한 본국 송환 중단 및 체류 연장(9%) 등 일시적인 수용을 지지하는 의견은 23%였다.

시각물_난민정책에 대한 생각


9세 이하 어린이 난민, 여성 난민 우선 수용 의견 높아

시각물_우리가 난민을 수용한다면, 우선적으로 포용해야하는 연령대와 성별은


대한민국 정부가 난민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면, 어떤 난민을 우선적으로 포용해야 할까? 나이를 기준으로 할 때에는, 난민 중에서도 가장 취약 계층으로 알려진 9세 이하의 어린이 난민을 우선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38%로 가장 높았다. 10~19세(17%)까지 포함한다면,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미성년 난민을 우선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러한 여론은 인도적인 측면에서 난민 수용 시 미성년자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 습득이 용이한 세대가 더욱 안정적으로 한국에 정착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성별로는 여성 난민을 우선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47%)이 남자(7%) 혹은 성소수자(2%)를 우선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난민 우선 수용 대상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남성이 91%에 달했던 예멘 난민과 전체 입국자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청소년이었던 아프간 특별 기여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 차이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난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권리, '교육권>시민권>의료권>행정지원>노동권' 순

일단 난민이 국내에 들어와 보호를 요청했을 경우,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들에게 어떤 종류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구체적인 난민의 권리 보호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미성년자 난민이 정규교육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데 77%가 동의했다. 또한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세금을 내고 경제에 기여하는 난민들이 국적 취득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데에는 75%가, 아픈 난민에게 국가가 적절한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도 73%가 동의했다. 반면 절차상의 문제로 난민이 공항에 억류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는 63%, 난민이 저임금을 받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도록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는 62%가 동의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를 요약해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교육권, 시민권, 의료권, 행정지원, 노동권 순으로 난민 권리 보호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편, 일자리 경쟁과 같은 우려가 반영되어 난민 노동권에 대한 지지는 가장 낮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거주 불법 이민자 강제추방에는 50%가 동의

시각물_이민정책에 대한 생각과 난민수용 입장


기존의 설문조사들은 일반적으로 이민 정책과 난민 정책을 분리해 진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조사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이민 정책과 난민 정책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난민 정책뿐만 아니라 이민 정책에 대한 질문도 같이 물어서, 이민 정책에 대한 의견이 난민 정책을 대하는 태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같이 알아보았다.

정부가 국내에 거주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강제 추방해야 한다는 데에는 50%가 동의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7%)보다 높았다. 이와 반대되는 지점에서, 정부는 국내 불법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법이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도 47%가 동의해, 반대 의견(43%)보다 4%포인트 높았다. 이는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불법 이민자는 강제 추방해야 하지만, 앞으로 불법 이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정책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난민 수용 태도와 연결해 보면,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69%가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에 찬성해 반대 의견(22%)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반대로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 66%가 불법 이민자가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법이나 정책적 대안 마련에 찬성해 반대 의견(2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국 사람들이 이민 정책과 난민 정책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두 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여론과 태도는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8년 예멘 난민 수용을 둘러싼 갈등부터 최근의 미얀마 난민, 아프간 특별 기여자 수용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도 난민 수용 문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선진국 반열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수용에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여론은 아직 따뜻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김정현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

이동한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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