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가 방산 수출
이스라엘과 경쟁서 승리
적이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을 잡는 국산 ‘지대공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의 첫 수출길이 열렸다. 중동국가 아랍에미리트(UAE)에 4조1,500억 원어치를 팔기로 했는데, 국내 방산수출 사상 최대 계약 규모다.
UAE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부처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방공체계인 M-SAM(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을 들여올 계획이며 계약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1,500억 원) 상당”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UAE가 언급한 무기체계는 천궁 계열 미사일 중에서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Ⅱ로 전해졌다. 계약이 성사되면 천궁Ⅱ 첫 수출 사례다. 천궁Ⅰ은 항공기 격추용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해 개발하고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이 제작한 천궁Ⅱ는 교전통제소와 3차원 위상배열레이더, 수직 발사대 등으로 구성된다. 적의 탄도미사일이 고도 정점을 지나 낙하하는 동안 15~40㎞ 상공에서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개 발사대에 최대 8기의 유도탄을 탑재해 연속 발사가 가능하고, 적 항공기 위협에도 360도 전 방향에서 대응할 수 있다. 또 3차원 위상배열레이더가 모든 방향에서 접근하는 적의 미사일을 동시에 추적, 탐지하는 것도 강점이다. 2017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후 2018년 양산에 들어가 지난해 첫 물량이 군에 인도됐다. 그간 시험 발사에서 전부 100% 명중률을 기록해 우수한 성능은 일찌감치 입증됐다.
천궁Ⅱ는 이번에 이스라엘제 요격미사일 ‘바락’과 경합해 승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 강국인 이스라엘을 제친 만큼 국산미사일의 경쟁력을 글로벌 방산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부수 효과도 얻었다.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무기체계의 총아로 일부 국가만 개발에 성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올 3월 현지를 직접 방문하고 강은호 방위사업청장도 수차례 찾아 ‘방산 세일즈’에 적극 나선 것도 UAE 측 마음을 사로잡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UAE 원전 수출, 아크부대 파병 역시 큰 도움이 됐다. 군 관계자는 “방사청과 관련 업체뿐 아니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 여러 기관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은 추가 세부 협상을 마무리한 뒤 연내 최종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통상 중동국가들과의 무기계약은 상대의 보안 요구와 현지 테러집단으로부터 우리 교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언론에 알리지 않는 게 관례였다. 다만 이번 건은 UAE 측이 먼저 발표해 계약 사실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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