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조성 망상해변 해안사구 식물원
갯방풍 비롯한 동식물 80여종 서식 확인
2년 전 보호구역 지정 생태계 보존 성과
"해안침식 막고 생물다양성 기여" 평가
일부 구간 산책로 개방 관광자원화 추진
조만간 생태관도 문 열고 해안사구 홍보
오토캠핑장으로 잘 알려진 강원 동해시 망상해변. 지난주 찾은 넓은 백사장 한 켠에 해안하구(海岸砂丘) 식물원이 눈에 들어왔다. 모래밭에 펼쳐진 동식물 군락지가 이채롭기까지 했다. "얼핏 보면 그냥 풀밭 같지만, 동해안에서 자생하는 80종이 넘는 동식물이 살고 있는 자연의 보고나 다름 없다"고 심정교(52) 동해시 녹지과장은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넓게 펼쳐진 식물원엔 뇌졸중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미나리과 식물인 갯방풍과 억새, 국화와 비슷한 해국, 해란초 등 여러 종류의 해변식물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모래 속에 깊이 뿌리를 두고 거센 바람에 맞서는 등 강한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에 피는 연분홍 갯매꽃과 가을까지 볼 수 있는 갯씀바귀, 보랏빛 갯완두 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해변식물도 많다"는 게 심 과장의 설명이다.
동해시는 2년 전 망상해변 내 1만6,868㎡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해 해안사구 식물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거세지는 파도와 바람에 맞서 해안사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다.
해안사구는 해류와 파도에 의해 실려온 모래가 구릉처럼 쌓인 지역을 말한다. 강원 동해안에만 길이가 2㎞ 이상인 사구가 13곳에 달한다. 해안사구는 파도의 에너지를 줄이는 자연방파제 역할은 물론 생물다양성을 높일 경우 생물학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곳 망상해변 해안사구식물원의 성과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시는 이어 어렵게 해안식물 종자를 구해 파종하는 등 증식사업에도 나섰다. 전문인력도 채용해 세심한 관리도 했다. "그 결과 올 여름 보호구역 내 동식물이 80여종까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시는 밝혔다. 특히 지난해 12월엔 발견된 '망상모래말뚝버섯'의 경우 산림청으로부터 국내 미기록종 확인을 받았다. 망상해변에만 자생하는 식물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래에 서식하는 모래솔과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갯취의 존재도 확인했다. 암컷 방울새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조류도 망상해안사구를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안생태계가 복원된 증거이기도 하다. 3억 원 안팎의 많지 않은 예산으로 예상보다 큰 성과를 낸 셈이다.
동해시는 최근 식물이 완전히 자리를 내린 일부 구간은 산책로로 개방,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변을 가로지르며 특이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만큼, 관광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시는 조만간 망상해변 인근 오토캠핑리조트 내에 해안사구 생태관을 연다. 관광객들에게 동해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동식물을 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자칫 사라질 뻔했던 희귀식물을 보호하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동해시는 "생태복원지역이 도심과 가까운 관광지로 접근성이 좋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안사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는 이어 "해안사구는 방심하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생태계로 이에 맞는 보전대책이 필요하다"며 "보호구역 지정과 해제가 유연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남순 동해시부의장은 "어렵게 생태계를 되살린 만큼, 잘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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