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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국경 난민' 임시 쉼터 마련… 폴란드와 갈등 완화 국면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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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국경 난민' 임시 쉼터 마련… 폴란드와 갈등 완화 국면 돌입?

입력
2021.11.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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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충돌로 국경 긴장 최고조 된 이튿날
물류 창고 임시 개조해 난민 1000여 명 이동
근본 해법은 아직…이주민 대부분 송환 거부
NYT "과거 난민 위기와 달라... 기획설 의심"

벨라루스 그로드노주 인근 폴란드와의 브루즈기-쿠즈니차 국경 검문소 부근에 17일 난민들이 텐트를 치고 모닥불로 몸을 녹이고 있다. 그로드노=로이터 연합뉴스

벨라루스 그로드노주 인근 폴란드와의 브루즈기-쿠즈니차 국경 검문소 부근에 17일 난민들이 텐트를 치고 모닥불로 몸을 녹이고 있다. 그로드노=로이터 연합뉴스

벨라루스 정부가 폴란드와의 국경 지대에 몰린 중동 출신 이주민을 임시 쉼터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양국 모두 ‘방관 모드’를 유지하며 방치하기만 했던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3개월여 전 이번 사태가 시작된 지 처음이다. 폴란드가 속한 유럽연합(EU)은 물론, 벨라루스를 지원하는 러시아까지 개입하며 ‘신(新)냉전’과도 같은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 조치로 갈등 완화 국면이 조성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4,000여 명에 달하는 이주민을 송환 또는 수용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정부는 폴란드와의 접경 지역에 몰린 이주민 중 약 1,000명을 인근 쉼터에 수용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주민들이 물류 창고를 개조한 쉼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려왔다. 쉼터 콘크리트 바닥에 코트 등 옷가지를 대충 덮고 잠을 청하는 이주민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도 게시됐다.

지난 8월 이 지역으로 이주민들이 몰려든 이후, 양국 정부는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건네지 않았다. 쉼터는 고사하고, 물이나 식량, 의약품 등 구조품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주민들은 풍찬노숙 생활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벨타통신은 이번 지원과 관련, “벨라루스 정부가 난민을 위해 침대 2,000개를 마련하고 취사병들이 음식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국경 지대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직후 시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날 이주민들이 폴란드로의 입국을 시도하자, 폴란드 당국은 물대포를 쓰며 저지했다. 이주민들이 국경수비대를 향해 돌을 던지는 등 극렬한 폭력 사태도 벌어졌다. 폴란드 측은 ‘벨라루스가 이주민들의 ‘무력 월경’을 부추겼다’고 비판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까지 했다. WP는 “벨라루스의 난민 쉼터 제공 결정은 양측의 갈등 교착 상태를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분석했다.

물론 현재로선 단기 처방일 뿐이다. 무엇보다 벨라루스 당국이 언제까지 이들을 수용할지 불투명하다. 상당수 이주민의 고국인 이라크 정부는 자발적 귀국 희망자를 위해 18일 비행기를 띄우겠다고 했지만, EU 입국을 바라며 고된 여정을 감내한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난민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벨라루스나 폴란드 모두 더는 수용이든, 송환이든 ‘최종 결정’을 조만간 내려야 할 형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주민 위기를 자초했다는 서방의 비난을 받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히려 망명 신청자들로 골치를 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와 벨라루스 간 신경전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6선에 성공한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EU가 부정선거 의혹과 반정부 시위 탄압을 이유로 벨라루스를 상대로 경제 제재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벨라루스가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주민을 무기로 삼아 정세 불안을 조장하고자 이번 사태를 기획했고, 그 배후엔 러시아가 있다는 게 EU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과거의 통상적인 난민 위기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NYT는 “이주민의 자발적 이동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짚었다. 벨라루스 정부가 이주민에게 ‘국경으로 가라’고 압박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데다, 이날 ‘쉼터 이동’ 장면에 대해선 종전과 달리 언론 취재를 허용했다는 게 단적인 근거라는 것이다. 신문은 “벨라루스가 인권 존중 국가인 것처럼 연기하면서, 폴란드를 ‘악당’으로 비치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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