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예술의전당 내한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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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들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열었다. ⒸTerry Linke
빈 필하모닉이 돌아왔다. 2019년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함께 한국에 방문하고 2년 만이다. 지난해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함께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연이 무산됐다. 빈 필하모닉뿐만이 아니었다. 닫힌 국경으로 오케스트라가 대규모로 내한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어렵게 성사된 이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특별했다. 관객들은 다시 황금빛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다.
첫 곡은 슈베르트 교향곡 4번 '비극적'이었다. 빈 필하모닉이 가장 잘하고, 또 빈 필하모닉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작품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지만, 때때로 악단에 자유를 부여하며 빈 필하모닉의 가능성을 극대화시켰다. 과연 무티였다. 무티는 반백 년 동안 빈 필하모닉과 가장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지휘자다. 예술가들의 집합체인 빈 필하모닉을 어느 시점에 자유롭게 놓아주어야 작품의 진가가 살아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때마다 빈 필하모닉은 자신들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운 색채를 뿜어냈다.
스트라빈스키의 디베르티멘토 '요정의 입맞춤'이 연주되는 동안 공연장은 온통 동화 속 한 장면이었다. 소리들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또 요정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특히 '파드되(Pas de deux)'에서 연주자들의 앙상블은 천의무봉 그 자체였다. 빈 필하모닉이 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지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단원 개개인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 작품은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정열적인 이탈리아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조국 이탈리아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했다. 빈 필하모닉도 무티가 원하는 음악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지휘에 화답했다. 연주 내내 무티도 빈 필하모닉도 즐겁게 노래하고 있었으며, 칼같이 잡힌 소리 간의 밸런스는 작품에 몰입을 더했다. 한순간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앙코르로 연주된 작품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이었다. 이 작품은 곧 무티 자신이었다. 그는 베르디와 함께 잠시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여든의 나이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짜릿한 연주에 관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무티는 올해 1월 빈 필하모닉과 신년음악회를 함께했던 지휘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신년음악회는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리카르도 무티는 관객과 함께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전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관객을 만난 무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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