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라크에 3-0 승리
이재성 선제골·손흥민 30호골·정우영 데뷔골
9년 묵은 중동원정 징크스 깨며 최종예선 첫 '압승'
손흥민 "나는 대승 거둔 팀의 자랑스러운 주장"
벤투호가 답답했던 9월의 무승부를 설욕하며 이라크에 3-0 승리를 거뒀다. 중독 특유의 밀집수비를 유기적인 호흡으로 무너뜨리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4승2무(승점 14)로 월드컵 최종예선 무패행진을 이어 간 한국은 3위와의 승점 격차를 8점 차로 벌리며 카타르행 본선 직행 티켓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6차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손흥민(토트넘)의 페널티킥 골과 막내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A매치 데뷔골로 대승을 기록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중동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9년 5개월 만의 일이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이라크를 몰아쳤다. 대부분 자기 진영에 머무르며 수비에만 집중하는 이라크를 빠른 패스 플레이와 위협적인 중거리 슛으로 도발했다. 결국 전반 33분 첫 골이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전북)이 올린 크로스가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김진수(전북)의 왼발에 걸려 빠르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투입됐고, 수비수들이 조규성(김천)을 마크하는 사이 2선에 있던 이재성이 반대 포스트로 공을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높은 볼 점유율로 상대를 압박했다. 쉽게 열리지 않던 다득점의 문을 연 것은 손흥민이었다. 후반 24분 상대 진영에서 공을 받은 손흥민은 한 박자 빠른 볼터치로 드리블을 전개하며 수비진을 흔들었고, 교체 투입된 정우영의 공을 이어받은 조규성이 파울을 얻어 내며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정우영은 A매치 데뷔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33분 손흥민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다 반대편에 있던 황희찬(울버햄튼)에 공을 넘겨줬고, 황희찬은 공을 다시 정우영에게 건네며 완벽한 득점을 만들었다.
2011년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넣었던 경기장에서 A매치 30호 골을 달성한 손흥민은 최근 자주 쓰고 있는 '찰칵 세리머니' 대신 10년 전처럼 하트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뻐했다. 그는 SNS를 통해 "A매치 30골을 넣어 너무 행복하다"며 "나는 올해 마지막 게임에서 대승을 거둔 팀의 자랑스러운 주장"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월드컵 본선 티켓은 이제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내년 1월 27일 레바논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가 시리아와 비기거나 패할 경우 한국은 조 2위에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하게 된다. 벤투 감독은 "오늘 승리로 월드컵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내년 1월에 다음 일정이 펼쳐지는데, 그때 최대한 승점을 쌓아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선 일정도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에 며칠 더 머물며 본선 때 사용할 현지 베이스캠프를 답사한다. 이후에도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살펴본 뒤 고향인 포르투갈에 잠시 머물 예정이다. 이제 A조 중동 국가들에 대한 대비책뿐만 아니라 본선 진출 이후에 대한 전략 구상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전반은 1차전과 비슷한 양상이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수비 뒤 공간을 잘 공략했다"고 평가하면서 "우리가 세운 프로세스대로 (앞으로의 일정을) 진행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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