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용유'와 '가공유' 분리해 별도 가격 책정안
낙농업계 반발에 합의 난망
정부가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가격 결정 체계에 칼을 빼들었다. 원유가격 연동제를 도입한 지 8년 만이다. 우유가 남아도는데 가격이 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이지만 낙농업계의 반발이 커 최종 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충북 오송컨벤션센터에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원유가격 및 거래체계 개편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2013년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와 쿼터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수급상황이나 용도와 관계없이 유업체들이 할당된 원유를 고정된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이로 인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원유가격은 주요국 대비 큰 폭으로 올라 우윳값이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밀크 인플레이션' 현상도 빈번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 원윳값이 72.2% 인상될 동안 유럽은 19.6%, 미국은 11.8% 올랐다.
정부 "흰 우유 용도와 가공용 원유가격 분리하자"
이날 정부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원유가 사용되는 용도별로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방식이다. 유업체는 구매한 원유를 흰 우유로 만들어 팔지 못하면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치즈·분유·아이스크림 등으로 가공한다. 문제는 우유 소비량이 줄어 가공용으로 넘기는 양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에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는 L당 1,100원을 보장하고 치즈나 아이스크림, 분유 등을 만드는 가공유에는 L당 800~900원을 책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다만 가공유에 대해서는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가공유 가격을 L당 800원까지 낮춰도 L당 400원대에 형성되고 있는 국제가격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100~200원가량을 보조금으로 부담하면 나머지는 유업체가 부담하라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생산비 인상분만을 고려하는 현재의 가격결정체계에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유가격은 낙농진흥회에서 결정되는데, 현행 이사회 15인 중 7인이 생산자 단체라 소비자와 전문가의 의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수급상황과 국제경쟁력, 유업체의 생산원가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농가 "우유가격 인상으로 유가공업체만 돈 벌어"
낙농업계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와 쿼터 감축 등에 반대하고 있다.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소를 키우는 데 평균 2년이 걸리고, 낙농업 특성상 즉각적인 수요 변화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게 낙농업계의 입장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우유가격 인상으로 수익이 발생한 곳은 낙농가가 아닌 유가공업체와 유통업체"라며 "원유 생산비용의 절반 정도가 사료 값이고 올해는 물류 대란으로 사료 가격이 올랐는데도 원유수취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어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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