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으론 함정 기본 설계도 불가능
새 정권 들어서면 추진 장담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들였던 국방 분야 숙원사업, ‘경항공모함’ 추진이 물 건너 갔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16일 군 당국이 제출한 경항모 착수 예산 72억 원 중 5억 원만 배정한 것이다. 사업 첫 단계인 함정 기본설계에 최소 40억 원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경항모 추진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회 국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경항모 예산을 5억 원으로 의결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국방부가 당초 신청한 경항모 예산 72억 원에서 무려 67억 원(93%)이 깎인 금액이다. 5억 원도 자료 수집 및 조사 등을 위한 간접 비용이라 실제 사업 착수와는 무관하다.
국방부는 경항모 예산으로 △기본설계 착수금 62억 원 △함재기 기술지원 9억 원 △간접비(업무추진비) 1억 원 등을 편성했다. 지난해 연구용역비(1억 원)를 제외한 예산 전액(100억 원)이 삭감된 점을 고려해 국회 문턱을 넘으려 30%나 줄여 신청했다. 그러나 올해도 국회 상임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장기 표류할 운명에 처했다.
국방위원들은 경항모의 효용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경항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비용 분석도 전혀 안 돼 있다”며 “주 장비(전투기)를 포함하면 10조 원까지 갈 사업인데 72억 원을 넣어 전체를 돌이킬 수 없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항모 경제성을 검증하는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함정건조 비용(2조6,000억 원)만 책정되고 경항모에 탑재할 전투기 예산은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반대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나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군의 의지는 강하지만 의지에 비해 조건과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예결소위의 판단”이라며 “덜 익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항모가 문 대통령이 챙긴 역점사업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일부 여당 의원들의 ‘퇴짜’는 의외라는 반응도 많다.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경항모를 빠지지 않고 언급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항모 건조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는 3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2033년 무렵 모습을 드러낼 3만 톤급 경항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예산 통과를 낙관하던 해군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해군 관계자는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사업타당성 조사는 물론 연구용역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는 등 국회가 내건 조건을 충족했는데도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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