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 완화 움직임에 빅테크와의 경쟁 치열
마이데이터 사업도 '원앱' 전략에 영향
디지털 혁신에 몰두하고 있는 은행권이 수십 개의 앱에 흩어져있던 기능을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에 한창이다. 은행 앱이 단순한 은행 관련 업무만 볼 수 있던 앱에서 여러 서비스를 품은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 앱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을 약속하면서 빅테크와의 '슈퍼앱'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기존 KB스타뱅킹 앱을 개편하면서 계열사 기능을 한곳으로 모았다. 지난해 말만 해도 18개에 달하던 앱에 분산돼 있던 금융 관련 기능을 'KB스타뱅킹'과 '리브'에 모은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 앱을 모두 없앤 건 아니지만, 웬만한 기능은 KB스타뱅킹 앱 안에서도 동시에 구동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로그인 한 번으로 뱅킹 서비스부터 증권 거래, 보험 가입까지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계열사 간 연계다. 기존에는 은행 업무에서 증권 업무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앱을 열어야 했지만, 이제는 같은 앱 내에서 KB증권 페이지가 구동돼 앱 자체가 여러 개의 서비스를 품은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파편화된 앱 기능을 한곳으로 모아 '플랫폼화'하는 전략은 다른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2018년부터 '원 앱' 전략을 내세워 6개 금융 앱을 '쏠(SOL)' 하나로 통합했고, 모바일 뱅킹 이용자 수가 수직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NH농협은행은 7개로 나뉘어 있던 앱을 3개로 통합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하나원큐'와 '우리WON뱅킹' 등 주요 앱 하나에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을 거듭해왔다.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 원앱 전략을 내세운 빅테크의 '선전'은 은행의 경계 대상이다. 후발주자인 토스는 지난달 토스뱅크를 출범하면서 은행 서비스를 2,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 앱에 녹이겠다고 발표했다. 은행 앱을 기반으로 다른 기능을 붙이거나 새로운 앱을 내놓던 기존의 금융권 방식과 정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다. 새로운 은행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이용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금융사들의 '원앱' 전략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각종 금융사에 흩어져 있던 개인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다양한 계열사 기능이 한데 모여있어야 데이터 활용에 있어 시너지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그룹이 하나의 '슈퍼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의 플랫폼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앱 전략은 금융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나오는 하나의 흐름"이라며 "은행과 빅테크 간의 경쟁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