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도 "달러 쌓아 두자"
기업 달러예금만 50.7억 달러 증가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 근접하는 등 강세를 이어갔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보유한 달러를 팔지 않고 쌓아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에 거주자 외화예금도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10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07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월 말보다 65억7,000만 달러나 급증한 결과로 지난 8월 이후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거주자 외화예금이란 개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맡긴 외화예금을 뜻한다.
특히 기업들은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200원을 웃도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는데도,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쌓아두는 쪽을 선택했다. 지난달 말 기업의 달러 예금 잔액은 704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50억7,000만 달러 급증했다. 개인 달러예금은 170억3,000만 달러로 한 달 사이 3억 달러 늘었다. 이에 전체 달러 예금은 9월 말보다 53억7,000만 달러 증가한 875억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개인과 기업은 갖고 있던 달러를 팔기 때문에 달러 예금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자 예금도 늘어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 기대로 기업이 환전을 늦췄고, 해외채권 발행과 해외투자 자금 관련 예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달러화를 제외환 외화예금도 일제히 증가했다. 기업의 단기 운용자금 예치로 유로화 예금(44억4,000만 달러)은 9월보다 5억5,000만 달러 늘었고, 엔화 예금(51억9,000만 달러)과 위안화 예금(17억5,000만 달러)도 각각 전월 대비 4억 달러, 1억3,000만 달러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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