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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난민 갈등’ 파국 치닫나… 유럽 정상들 ‘해법 모색’ 전방위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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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난민 갈등’ 파국 치닫나… 유럽 정상들 ‘해법 모색’ 전방위 외교전

입력
2021.11.16 18:30
수정
2021.11.16 18:5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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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 논의 시작… 이라크 난민 본국 송환 예정
폴란드 국경 개방 가짜 소문에 난민들 검문소 대치

15일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쿠즈니차 인근에 머물던 중동 난민들이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주의 '브루즈기' 국경검문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폴란드 측이 국경을 개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이를 믿고 이동한 것이지만, 해당 소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쿠즈니차=AFP 연합뉴스

15일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쿠즈니차 인근에 머물던 중동 난민들이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주의 '브루즈기' 국경검문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폴란드 측이 국경을 개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이를 믿고 이동한 것이지만, 해당 소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쿠즈니차=AFP 연합뉴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대의 ‘중동발(發) 난민 사태’가 에너지 위기와 군사 대치 상황으로까지 비화하자,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해법 모색을 위한 전방위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급기야 ‘방관 모드’ 속에 사실상 벨라루스를 편들어 온 러시아마저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해결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EU)과 벨라루스는 ‘제재 카드’와 ‘보복 경고장’을 주고받으며 으르렁대고 있고, 국경 지역에서는 난민 수천 명의 ‘무력 월경’ 조짐까지 감도는 등 ‘강 대 강’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혹독한 추위를 앞두고 난민 수용ㆍ송환 논의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50분간 전화 회담을 하며 △EU·벨라루스 국경 문제 △난민·이주민 인도적 지원 방안 △역내 긴장 완화 대책 등을 논의했다. 서방국 정상과 루카셴코 대통령 간 직접 대화는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이후 처음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6선에 성공, 장기집권 독재를 계속하게 되자 EU는 부정선거 의혹 및 반정부 시위 탄압을 문제 삼으며 벨라루스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고, 이로 인해 양측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두 정상이 향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결국 유의미한 성과가 없었다는 의미다.

메르켈 총리의 거듭된 중재 요청에도 요지부동이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경유해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유럽 에너지 대란’ 위기가 고조된 탓이 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아무 상의도 없이 가스관 문제를 언급한 점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유럽과의 가스 공급 계약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2시간가량 전화 회담을 갖고, 벨라루스 국경 난민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EU는 벨라루스가 ‘난민 밀어내기’로 EU 정세 불안을 조장하려 한다고 의심하면서 그 배후를 러시아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분쟁 지역에서의 자국 군사활동에 EU의 관심을 분산시키려고 이번 난민 사태를 기획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 머물던 중동 난민들이 15일 폴란드 쿠즈니차 국경검문소로 몰려들자 폴란드 경찰들이 진입을 막고 있다. 쿠즈니차=로이터 연합뉴스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 머물던 중동 난민들이 15일 폴란드 쿠즈니차 국경검문소로 몰려들자 폴란드 경찰들이 진입을 막고 있다. 쿠즈니차=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외교적 해결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EU와 벨라루스 간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EU는 이날 벨라루스 추가 제재를 결의했다. 제재 대상은 중동 난민의 벨라루스 도착에 관여한 항공사와 여행사, 벨라루스 관료 20여 명, 이민자 숙소 등이다. 이 나라의 주요 수입원인 담배와 칼륨 수출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이민자 도구화 행위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EU의 제재 위협에도 우리는 스스로 방어할 것”이라고 맞받으며 ‘보복’을 예고했다.

난민 문제 해법을 둘러싼 이견으로 유럽 국가들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독일 사회민주당 닐스 슈미트 의원과 싱크탱크 유럽안정이니셔티브(ESI) 게랄트 크나우스 의장이 우크라이나에 난민 수용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2016년 난민 위기 당시 EU가 터키에 난민 수용 대가로 60억 유로를 지원한 전례를 따라, 우크라이나에 ‘난민 아웃소싱’을 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난민이 이리저리 옮겨지는 물건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며 협의 가능성을 단박에 일축했다. 난민 수용에 관대했던 독일을 향한 압박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폴란드가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우리는 난민들을 항공기에 태워 독일로 데려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라크가 18일 항공기를 벨라루스로 보내 자국 출신 이주민을 데려오려 하는 등 난민 본국 송환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난민은 EU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날 ‘폴란드 국경이 열린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자 벨라루스 난민 캠프에 머물던 수천 명이 국경검문소로 대거 이동해 폴란드 군경과 대치하기도 했다. 국경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자칫 무력 월경 시도가 또다시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진다.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가 루머를 퍼뜨린다”고 비난하며 다음 달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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