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기술·문화혁명 공로자 평양 집결
북한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 결산을 앞두고 집안 단속에 총력을 쏟고 있다. 사상ㆍ기술ㆍ문화혁명 등 북한이 주창하는 이른바 ‘3대혁명’ 기여자들을 전국에서 불러모아 격려하는 등 체제의 굳건함을 다지는 데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충성심을 앞세워 막대한 타격을 입은 민생경제 회생을 꾀하겠다는 포석이 담겼다는 평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사상ㆍ기술ㆍ문화혁명 수행에서 실천적 모범을 보인 3대혁명 기수들과 소조원 등 참가자들이 14일 평양에 도착했다”며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 개최 소식을 알렸다. 정확한 대회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축제 분위기는 벌써 달아오른 것 같다. 오수용ㆍ태형철 노동당 비서를 포함한 간부들이 참가자 숙소를 직접 찾아 격려했는데, 고위 인사들이 현장 일꾼들과 대면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북한 지도부가 이번 대회를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대회 명목은 ‘경제 성과’를 독려하는 데 있다. 2021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주년이자,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5개년 경제계획의 첫 성과를 결산하는 해이다. 1986년 1회 대회가 치러진 후 10년 주기로 열리던 행사를 4년이나 앞당겨 개최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가뜩이나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와 제재로 경제가 파탄 난 상황.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자력갱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민 사기를 북돋으며 성과를 채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큰 목적은 한계에 다다른 김 위원장의 ‘영도력’과 연관이 있다. 식량난과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북한에선 주민들의 내부 불만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김 위원장에게 충성심만 강요하다가는 민심이 일거에 돌아설 우려가 큰 것이다. 이런 조짐을 감안해 일반 주민들에게 ‘일생일대의 영광’인 평양 방문을 허락해 마음을 다독이는 한편, 사상 통제의 고삐도 바짝 조이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5년 같은 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당원과 근로자, 특히 청년들은 사회주의적이며 민족적인 생활양식을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한 달 넘게 잠행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내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3대혁명 대회는) 김 위원장 집권 10주년을 계기로 규모 있는 내부 행사를 통해 체제 결속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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