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14일 '신병 수료' 기념 차원에서 열병식
칸다하르 열병식 이어 두 번째... '정규군' 조직 박차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미국 또는 러시아산 무기들을 동원해 성대한 열병식을 개최했다. 카불 점령 3개월 만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거행하면서 탈레반 주도 ‘정규군’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면서 두고 간 무기들이 탈레반의 수중에 있다는 걸 공개적으로 과시하려는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카불 주요 도로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다. 에나야툴라 콰라즈미 아프간 국방장관은 이번 열병식이 신규 병력 250명의 훈련 수료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행해졌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공개적으로 열병식을 실시한 것은 지난 8월 중순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이후 두 번째다. 앞서 탈레반은 칸다하르에서 특수부대 병력 700명의 훈련 수료 기념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이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미국산 M1117 장갑차 수십 대가 도로를 행진했다”며 “병력 다수는 미국산 M4 소총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제 Mi-17 헬리콥터들도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미국이 전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행정부에 지원했던 무기 등 주요 군사자산을 인수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산 헬기의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8월 철군 과정에서 항공기 70여 대와 장갑차 수십 대 등 본국 수송이 힘든 무기 상당수를 파괴하거나 불능 상태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아프간 정부군도 전투기 등을 끌고 인접 국가로 대피했다. 그럼에도 탈레반의 미국산 무기 다량 확보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았고, 이날 열병식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미국 아프가니스탄재건특별감찰관(SIGAR)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정부가 280억 달러 상당의 국방 물품 및 서비스를 아프간 정부에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은 새로운 군 조직 건설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아프간 현지 매체 카마프레스는 이번 열병식 소식과 함께 “아프간 국방부는 이슬람 군대 건설을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곧 자체 군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프레스TV도 탈레반 당국자들이 “구(舊)정부군 출신 조종사와 정비사 등 전문가들을 새로운 탈레반 부대로 통합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간 비정규 테러 집단 성격이 짙었던 탈레반 무장세력이 이른 시일 안에 아프간 정규군으로 새로 출범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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