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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공정 시설, 석탄화력발전소만큼 탄소 배출

입력
2021.11.16 14: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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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연구진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에탄 가스를 플라스틱 원료로 분해하는 시설
탄소 발생량, 평균 크기 석탄발전소와 비슷"

1월 경기 고양시의 한 폐기물 선별장에 폐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월 경기 고양시의 한 폐기물 선별장에 폐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한 '에탄 분해 공정' 시설이 석탄화력발전소만큼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 베닝턴대학의 비욘드 플라스틱 연구진이 발간한 ‘새로운 석탄: 플라스틱과 기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에탄 가스(천연 가스로 얻거나 정유 과정의 부산물로 생성)를 플라스틱의 원료인 에틸렌 등으로 분해하는 공정을 담당하는 미국 내 35개 시설과 관련 발전소에서 한 해 약 7,0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평균 크기인 500MW(메가와트) 석탄발전소 35개 규모다.

연구진은 “추가로 2개 시설이 완공 예정이고 3개 시설이 개발될 예정”이라며 “기존 시설 확장까지 포함하면 2025년까지 매년 탄소 약 4,000만 톤(석탄발전소 20개 분량)이 추가 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플라스틱 산업의 수출입 과정에서 선박 운항·가스 누출 등으로 배출한 탄소는 지난해 약 5,100만 톤으로 집계됐다. 제품으로 가공하기 전 상태인 '레진(resin)'은 북미지역 생산량의 약 41%(약 2,500만 톤)가 수출됐고, 파라자일렌ㆍ벤젠 같은 플라스틱 원료 물질 670만 톤이 수입됐다. 연구진은 원료 수출입이 매년 약 3.9% 상승해, 2025년에는 한 해 배출량이 600만 톤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10단계에서 한 해 탄소 배출량을 추산했으며, 정유화학 업계가 미 환경보호국(EPA)에 제출한 배출량 1억1,400만 톤보다 약 1억1,800만 톤이나 많게 나타났다. 최소 2억3,200만 톤이다. 500MW 석탄발전소 116개에 맞먹는 수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전력을 공급하는 석탄발전소는 181개가 있다. 최근 10년 사이 미국 내 석탄발전소 약 65%가 폐쇄됐거나 폐쇄 예정인 점을 감안할 때, 2030년이면 미국 내 플라스틱으로 인한 탄소배출이 석탄 발전을 넘어서리라는 것이 연구진의 예측이다.

반면 미국 내에서 2019년 이후 플라스틱 시설 42개가 새로 문을 열거나 허가 단계에 있다. 이들 공장이 가동되면 2025년엔 매년 탄소 약 5,500만 톤이 추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500MW 석탄발전소 27개 분량이다.

보고서에는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폐플라스틱을 석유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기술인데, 분해ㆍ석유 활용 과정에서 상당량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 석유화학 업계가 제안한 화학적 재활용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매년 1,80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며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약 10년간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3분의 1가량, 2050년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석유화학 산업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며 “플라스틱 생산량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화석연료발전소 퇴출로 감축시킨 탄소 배출량이 모두 상쇄된다”고 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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