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공청회 이후 반대 여론·대장동 의혹에
LH 개혁안 핵심인 조직 분리 여전히 안갯속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사태로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공언한 해체 수준의 LH 조직개편이 여야의 '눈치 보기'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과도한 비공개 정보 집중 등 LH의 구조적 문제를 발본색원하겠다던 정부 의지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토부와 LH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공청회 이후 확정하려 했던 LH 조직 개편안은 아직까지 미확정 상태다. 비핵심 기능 폐지 및 축소, 이에 따른 인원 감축과 불공정 관행 근절 등 세부 혁신안은 쏟아냈지만 정작 개편의 핵심인 조직 분리의 방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7월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한 세 가지 개편안을 공개했으나 국회와 공청회 등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정부는 △토지와 주택·주거복지 부문으로 병렬 분리(1안)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부문으로 병렬 분리(2안)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부문의 모·자관계 수직 분리(3안·정부안) 중 3안을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국토부 내부 평가와 법률 검토 용역에서도 내부 통제와 재원확보가 수월한 수직 분리안(3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징벌 여론에 휩쓸려 성급하게 대안을 내놨다는 비판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공청회에 참여했던 백인길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LH의 부패와 비리는 근본적으로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미흡해 발생한 것인데 이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주거복지를 획일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3안이라고 주거복지 기능을 원활히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지만 성남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LH 조직개편 계획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개편안 재검토가 길어지는 가운데 공공역할론이 재부상한 탓이다. 정부는 국정감사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려 했으나 대장동 의혹이 국정감사를 삼켜버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3월 LH 사태 이후 당정이 책임 있는 대처를 위해 개편안을 확정하려 했지만 혁신안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사이 대장동 의혹이 터졌다"며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 충분한 논의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야 또한 '대장동 방지법' 개정안 발의에만 몰두하면서 현재 국토위에 발의된 LH 조직개편 관련 법안은 '0건'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현안이라 쉽게 다룰 수 없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여당 부동산특위 관계자는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정부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아 합의가 쉽지 않다"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애초 계획했던 혁신안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7일 제3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LH 혁신안 관련 "2025년까지 1,064명의 인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했는데, 이는 지난 6월 2,000명을 줄이겠다는 발표에서 한 발 후퇴한 조치다.
정부가 스스로 내뱉은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조직 쪼개기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LH 사태 본질은 과다한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이라며 "개편안 모두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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