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따라 화웨이 배제 등 동참 흐름
19일 첫 총리 주재 경제안보 각료회의
경제안보추진법안(가칭), 특허기술 비공개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경제 안보’를 강조하며 오는 19일 첫 ‘경제안보 각료회의’를 주재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행보에 적극 동참하며, 전문가 회의 설치 및 중국 제품 배제를 유도하는 입법작업 구체화에 나서고 있다.
14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내년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마련 중인 경제안보추진법안(가칭)은 △공급망 강화 △기간 인프라 기능 유지 △특허의 비공개화 △기술 기반의 확보 등 네 가지를 골자로 반도체 국내 확보, 기술 해외 유출 방지 등을 위한 체제 정비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반도체 공장 일본 내 건설 시 보조금 지원, 법안에 명기
우선 ‘공급망 강화’는 반도체 공장의 자국 내 건설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건설 비용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해외 기업을 유치하거나 일본 기업의 국내 복귀를 꾀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디지털 기기와 자동차 등 많은 제품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이지만 일본은 국내 수요의 60% 이상을 대만이나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적인 반도체 공급망 부족현상이 일본 자동차 업계의 감산 사태까지 초래한 배경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내년 구마모토현 공장 착공을 유치하기 위해 총 1조엔(약 10조3,300억원)에 이르는 건설 비용의 절반을 보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정도로 큰 보조금 지급은 경쟁 제한 조치로 간주돼 다른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하기도 했다.
통신 금융 등 기간사업자 설비 도입 시 사전 심사... 중국산 배제 목적
‘기간 인프라의 기능 유지’란 통신 에너지 금융 등 사업자가 핵심 설비를 도입할 때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외국 제품 및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 심사하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중국산 배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지난 11일 화웨이나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겨냥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특정 업체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못하도록 한 ‘보안장비법’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것과 비슷한 취지라 볼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각 업계를 규제하는 기존 법률로는 안보상의 이유로 위협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없다”고 신문에 밝혔다.
이와 함께 ‘특허 비공개화’는 차세대 무기 개발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특정 특허의 경우 비공개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대신 국가가 출원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검토한다. 또 ‘기술 기반의 확보’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의 연구·개발에 정부가 보유한 정보나 자금을 제공하고, 추후 민간 기술의 방위사업 활용 등을 염두에 둔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 재건' 내세우지만... 기술 격차 너무 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경제안보법 정비를 서두르는데 대해 “반도체 등 전략물자 확보와 첨단기술 육성 분야를 민간에 맡기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후반 세계시장 절반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의 재건과 안정적인 공급 확보는 ‘제조업 대국 일본’의 복권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심층 보도한 분석기사에서 “일본 기업은 반도체 기술 수준이 40나노미터(nm)에 그치는 반면 TSCM은 2~3나노미터에 달한다”며 일본의 반도체 기술 격차가 10년에 달해 정부 지원만으로 극복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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