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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4년, 끝나지 않은 공포… 소송·수사도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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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4년, 끝나지 않은 공포… 소송·수사도 ‘감감’

입력
2021.11.15 04:00
20면
0 0

12일 새벽 포항서 규모 2.1지진 발생
"5.4지진 떠올라"…일부 시민 밤새 뜬 눈
지진 일으킨 지열발전 가동 멈췄지만…
정신적 손배소송 3년째…수사도 답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2일 경북 포항에서 오전 1시 18분부터 13분간 두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첫 지진을 느낀 시민들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금 '쿵' 하고 땅이 흔들렸는데 지진 아니냐"라는 걱정의 글을 잇따라 올렸다. 두 번째 지진 발생 3분 후인 오전 1시 34분 포항 시민들에게 "북구 북쪽 12㎞ 지역에서 규모 2.1 지진이 발생했다"는 휴대폰 재난문자가 전송됐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 피해에 대한 악몽이 남아 있는 포항 주민들은 "4년 전 지진의 여진이 아니다"라는 기상청 분석에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트라우마 센터에 아직도 하루 20~30명 방문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났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진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전국 최초로 운영 중인 북구 흥해읍 포항 트라우마센터에는 하루 20~30명의 주민이 꾸준히 문을 두드린다. "문이 뒤틀려 집에 갇힌 후 좁은 공간만 봐도 무섭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고층 건물을 걸어서 올라간다" 등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영렬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정신과 전문의)은 "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지진을 겪은 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 포항= 김정혜 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 포항= 김정혜 기자


3만5000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

지진 피해 주민들이 국가를 비롯해 다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19년 3월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으로 인한 '촉발지진'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와 '포항지진공동소송단' 등 4곳에서 3만5,000여 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3년간 관련 재판이 8번 열렸고, 재판부도 한 차례 교체됐다.

포항지진공동소송단의 공봉학 변호사는 "전례가 없는 소송이다 보니 지역과 거주 상태 등에 따라 피해 정도를 산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재판이 길어지면서, 재판부가 다시 교체되기 전에 끝나길 주민들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15일 일어난 포항지진과 관련해 정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포항시민이 2019년 6월 24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재판 안내문을 보고 있다. 포항= 김정혜 기자

2017년 11월 15일 일어난 포항지진과 관련해 정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포항시민이 2019년 6월 24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재판 안내문을 보고 있다. 포항= 김정혜 기자


2019년 12월 이후 검찰 수사도 지지부진

3년 전 시작된 검찰 수사도 더딘 상황이다. 정부조사단이 포항 지진 원인으로 포항지열발전 현장을 지목하고,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고소하자, 검찰도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인 2019년 11월, 지열발전 연구에 참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지열발전 업체 2곳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 6명이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지진피해 주민대표를 만나 피해 상황까지 청취했다. 하지만 이후 진전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진척 상황 등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2019년 12월 2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 김정혜 기자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2019년 12월 2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 김정혜 기자


지열발전 현장 안전대책도 미진

지열발전 현장도 공사만 멈췄을 뿐, 여진 등을 막을 수 있는 안전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후, 산자부와 대한지질학회는 발전소 부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여진에 대비하기 위해 지열발전 업체가 뚫은 지열정에 '심부지진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열발전 업체 채권단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시추기 매각과 철거에 나서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포항시의회와 시민단체 반발로 채권단의 시도는 중단됐으나, 이 과정에서 시추기가 내려앉고, 지열정이 막혀 심부지진계는 2년 째 지열발전소 창고에 보관돼 있다.

지열발전으로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던 스위스 바젤의 경우, 곧바로 지진계를 설치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니터링 중이다. 양만재 포항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부단장은 "2017년 4월 지열발전 현장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났을 때 수리자극을 강행해 7개월 뒤 규모 5.4의 큰 지진이 났는데 아직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지진을 일으킨 지열발전 부지 아래 지열정에 설치될 심부지진계가 지난해 5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 현장에 도착해 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11월 경북 포항지진을 일으킨 지열발전 부지 아래 지열정에 설치될 심부지진계가 지난해 5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 현장에 도착해 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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