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SMIC에 2조 직접 투자
미국, 국가 안보 이유 들며 사실상 '레드라인' 제시
美 정부 지원 바라는 인텔은 다른 해법 검토할 듯
中 국가 반도체펀드 동원, 새 공장에 18억달러 출자
미국 반도체 대기업 인텔의 중국 내 생산확대 계획이 백악관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안보를 이유로 일종의 ‘레드 라인’을 제시하면서 자국 반도체 업계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미국 기술의 중국 이전을 막으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보호주의 성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이에 맞서 ‘반도체 첨병’이자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中芯國際ㆍ중신궈지)에 2조원대 자금을 추가 투자하며 전폭적 지원에 나섰다.
인텔 청두 공장 실리콘 웨이퍼 생산 제동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인텔은 중국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막아 섰다.
백악관의 결정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첨단산업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다. 인텔을 포함한 미 반도체 기업들은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의 마음을 잡기 위해 중국에 공장을 세워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전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소재 기업과 투자자들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참여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 협약이 직전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어난 58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한 해에만 역대 최다 건수인 20건을 기록했다. 인텔 역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중국 프리마리우스 테크놀로지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자 백악관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인텔 등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대한 답변을 이달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강제로 민감한 기업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백악관은 한발 더 나아가 반도체 산업을 넘어 대(對)중국 전략적 투자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국가안보를 해치거나 경쟁자들의 기술력 향상을 도울 수 있는 미국의 대외 투자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정부가 해외 투자 심사를 위한 장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 투자 제한인지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정부는 중국이 미국 기술, 노하우, 투자를 이용해 최첨단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일단 인텔이 백악관의 요구를 외면하긴 어렵다. 회사가 중국 생산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 까닭이다. 반도체 업계에 520억 달러(약 61조3,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반도체 법안’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몇 개월째 계류 중이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혁신과 경제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많은 수요에 부응하는 데 도움이 될 다른 해법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인텔과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함께 여러 접근법을 탐색했다”고 덧붙였다.
中 ‘반도체 첨병’ SMIC 전폭 지원
중국 역시 반도체 업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이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전날 낸 공고에서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자본금 55억 달러(약 6조4,800억원) 규모 합자 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SMIC와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2기(약칭 대기금2기), 하이린웨이가 36억5,500만 달러, 9억2,200만 달러, 9억2,300만 달러를 각각 출자해 36.67%, 33.33%, 30%의 지분을 갖는다.
대기금2기는 중국 정부 주도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다. 하이린웨이는 상하이시 정부의 반도체 육성 펀드인 상하이집적회로산업펀드가 만든 회사다. 때문에 상하이 자유무역구 내 린강지구에 새로 들어서는 합작 법인의 실질적 주인은 총 18억4,500만 달러(약 2조1,700억원)를 투자해 3분의 2 이상 지분을 확보한 중국 당국이라고 볼 수 있다.
SMIC는 지난 9월 자유무역구 린강지구 관리위원회와 합자 회사를 세워 향후 매월 28나노미터 (㎚) 이상 공정이 적용된 12인치 웨이퍼 10만개를 생산할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 정부가 부담한 자금 규모가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SMIC는 중국에서 거의 유일한 파운드리 업체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세계 1, 2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화웨이 등 일부 중국 기업들과 거래를 중단하면서 중국의 유일한 대형 파운드리사인 SMIC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은 작년부터 SMIC를 향한 촘촘한 제재망을 새로 구축해 중국이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 반대로 중국 정부는 대규모 직접 투자를 단행하고, 파격적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SMIC를 육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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