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군부 비판한 美 언론인 대니 펜스터, 징역 11년 선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일부 혐의로만 중형
'종신형 가능' 테러 혐의 판결은 16일 예정
"진실 보도 막으려는 가짜 정의" 비판 쏟아져

지난 5월 미얀마 군부에 의해 억류돼 현재까지 구금 상태에 있는 미국 언론인 대니 펜스터 프론티어미얀마 편집주간. 프론티어미얀마 홈페이지 캡처

올해 2월 쿠데타를 벌인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썼다가 수감된 미국 언론인 대니 펜스터가 현지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일부 혐의에 대한 형량인데, 최대 종신형까지도 선고 가능한 테러 및 선동 혐의와 관련해선 아직 판결이 나오지도 않았다. 인권단체들은 “언론인을 위협하려는 군부의 의도가 담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 BBC방송,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얀마 법원은 12일 독립언론 ‘프론티어미얀마’의 편집장인 펜스터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미얀마 군부에 대한 불만 조장 △불법 결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군부가 추가 기소 때 적용한 테러, 선동 혐의에 대해선 16일 판결이 내려진다.

대니 펜스터는 쿠데타 비판 등 미얀마 군부에 맞서는 기사를 썼다가 붙잡혔다. 2019년 미얀마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을 품으며 현지로 향한 그는 인터넷언론 ‘미얀마나우’에서 일하며 군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8월 편집장에 오른 프론티어미얀마에서도 반군부 세력 움직임을 보도하는 등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다 5월, 고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양곤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던 중 군부에 체포됐다. 이후 열악한 환경, 고문 등으로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인권단체 등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BBC에 “캥거루 법정('엉터리 재판'을 뜻하는 용어)에 의한 가짜 정의”라며 “미얀마 내에 남은 기자들을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미얀마 위기그룹도 “터무니없는 판결이다. 국외 언론인뿐만 아니라 미얀마 언론인에게도 ‘사실을 보도하면 오랫동안 감옥에 갇힐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밝혔다.

AP통신은 “대니 펜스터는 쿠데타 이후 중형을 선고받은 유일한 외국 언론인”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본 등 다른 외국인 기자들도 군부에 붙잡힌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풀려난 상태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지난 2일 군부 인사를 만났지만, 당시 펜스터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는 “현재까지 미얀마에서 구금된 언론인 약 80명 가운데 50명 정도가 아직 억류 상태이며, 이중 절반은 기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