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KSO지휘콩쿠르' 성황리에 개최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김택수 작곡가의 창작곡 '더부산조'가 수 차례 연주됐다. 이른 아침부터 무대를 채운 이들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KSO·코심) 단원들과 젊은 지휘자들이었다. 이날은 지난 10일 개막한 제1회 'KSO 국제지휘콩쿠르'의 2차 본선이 열린 날이었다.
오전 경연에서 지휘자 7명은 각자의 색깔로 대회 과제곡인 '더부산조'를 해석했다. 한국 전통음악인 산조를 기반으로 작곡된 곡인데 서양악기로 표현해야 한다. 공연 횟수가 많지 않은 현대곡인데다, 전통 가락의 묘미를 살리는 일도 쉽지 않아 소화하기가 만만찮은 곡이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더욱 낯설다.
각 지휘자에게는 20분씩 공연 시간이 주어졌다. 8분 길이의 곡을 전체 한 번 연주한 뒤 나머지 시간은 단원들과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는 식이었다. "산조 느낌을 내려면 현악기는 피치카토(현을 튕기는 주법)를 조금 더 날카롭고 강하게 해볼까요?"(윤한결) "더블베이스를 손으로 두드리는 대목에서 왼손을 주먹처럼 쥐면 울림이 달라질 것 같아요."(니키타 소로킨·프랑스) "일곱번째 마디에서 제1바이올린은 해금 소리가 나도록 비브라토(현을 떠는 주법)를 최대한 많이 해주세요."(김여진) 같은 악보를 두고 같은 악단과 연주했지만 지휘자들이 주목하고, 강조하는 부분은 모두 달랐다.
오후가 되자 오전 경연을 통과한 5명이 다시 무대를 찾았다. 이번에는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으로 음악성을 평가 받았다. 지휘자들은 25분 동안 핀란드 거장의 협주곡을 가다듬고 제련했다. 오후 경연 때도 누군가는 개별 악기의 소리에, 또 누군가는 전체적인 구조에 집중하느라 단원 및 솔리스트와 협의하는 내용이 각양각색이었다. 소통 방식 또한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부터, "브라보" 등 격려를 하며 단원들을 다독여 나가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무대 위 지휘자를 지켜보는 이들은 관객만이 아니었다. 콘서트홀 합창석에 앉은 7명의 심사위원은 지휘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매의 눈으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코심의 예술감독을 지낸 정치용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지휘자, 악장, 에이전시 기획자 등으로 구성됐다.
이렇듯 지휘 콩쿠르는 여느 기악 연주자들의 경연대회와 성격이 다르다. 연주 그 자체보다는 단원과 소통하는 리허설 과정이 중요하다. 박선희 코심 대표는 "지휘 콩쿠르는 '지휘자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라며 "제한된 시간과 환경 속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완성된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가 뛰어난 지휘자의 자질"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자체가 악기인 떄문에 개별 악기 연주자보다 자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가 적다"면서 "누구나 지원 가능한 지휘 콩쿠르는 참가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객 입장에서 지휘 콩쿠르는 리허설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공연 감상의 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차려진 음식만 먹다가 주방에서의 조리 과정을 이해하면 맛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서 코심은 'KSO지휘콩쿠르'에 지원한 166명(42개국) 가운데 본선에 참여할 12명을 선발하고 지난 10일 1차 본선을 치렀다. 이 중 7명이 진출한 2차 본선에서는 리한 수이(27·중국), 윤한결(27),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26·미국)이 최후의 3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14일 결선에서 각각 차이코프스키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죽음과 변용' 드뷔시 '바다'를 지휘하며 자웅을 겨뤘다.
그 결과 올해 처음 열린 지휘 콩쿠르의 우승은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이 차지했다. 2위는 윤한결에게, 3위는 리한 수이에게 돌아갔다.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과 윤한결은 각각 오케스트라상과 관객상도 받았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5,000만 원과 코심 정기 연주회 및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등 다양한 무대에서 지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코심은 결선 수상자 가운데 코심 부지휘자도 선발할 계획이다. 'KSO 국제지휘콩쿠르'는 3년마다 열릴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