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조이는데, 정치권은 늘리기 경쟁
국가채무 두고 예삿일 치부하는 모습과 닮아
가계부채 해법 제시 못하면 포퓰리즘 그쳐
여야 대선 후보의 대출 관련 공약이 한국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전혀 고려치 않고 설계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을 쉽게 내주겠다'는 양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를 거꾸로 더 키울 수 있어, 표심만 잡으려는 인기 영합적(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달콤한 대출 공약, 가계빚 해법은 외면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기본대출'은 소득, 신용도와 무관하게 국민 누구나 연 금리 2.8%로 1,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고금리로 피해 보는 저신용 차주를 줄이자는 목적에서 설계됐다. 하지만 현재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가 3%를 훌쩍 넘긴 점을 고려하면, 저신용자뿐만 아니라 고신용자에게도 솔깃한 정책이다.
윤 후보는 청년, 신혼부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여윳돈이 없는 청년, 신혼부부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을 최대한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무주택자에 적용하는 LTV를 서울 등 부동산 투기지역 50%→60%, 조정대상지역 60%→70%로 높였는데 이보다 더 공격적인 안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두고도 "이대론 안 된다"며 회의적이다.
"가계부채 고민과 철학 없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유권자에게 금융권 대출을 더 풀겠다는 '달콤한 약속'만 할 뿐 이에 뒤따르는 가계부채 증가를 완화하기 위한 '인기 없는 해법'은 외면하고 있다. 이 후보, 윤 후보가 각각 전 국민 방역지원금 지급, 50조 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언한 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국가채무 문제는 예삿일로 치부하는 모습과 닮은꼴이다.
이 후보 친정인 경기도 싱크탱크 경기연구원이 예상한 기본대출 최대 이용액은 196조4,000억 원이다. 지난 2분기 가계부채 1,806조 원의 10%에 가까운 막대한 규모다. LTV 80% 상향 역시 '빚내서 집 사라'고 한 박근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떠오르게 한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이 대책은 결국 가계부채 덩치를 키웠다.
두 후보의 대출 공약이 나온 시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치솟는 가계부채를 가장 큰 잠재 위험으로 지목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향후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양당 대선 후보가 이 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그냥 뒀다가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두 후보 공약에선 가계부채 문제를 대하는 고민과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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