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재직 중 동료교수 자료 아들에 건넨 혐의
"위법한 증거수집·양형부당" 주장했으나 기각돼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 전경. 윤한슬 기자
자신이 교수로 있는 학과에 재학 중인 아들에게 시험 기출문제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립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신헌석)는 12일 공무상 비밀누설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63) 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전 교수는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교수는 항소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이메일 자료를 수집했고 양형도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메일 자료는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간접증거,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원심 양형이 재량을 벗어나지 않는다"라며 양형 부당 주장도 물리쳤다.
이 전 교수는 2014년 아들이 수강하는 수업을 담당하는 같은 학과 A 교수로부터 "외부 강의에 사용하겠다"며 2년치 강의 포트폴리오를 이메일로 넘겨받아 아들에게 건네준 혐의를 받는다. 이 포트폴리오에는 중간·기말고사 기출문제, 예시 답안지, 수강생 실명이 담긴 채점표 등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이 전 교수 아들이 치른 시험은 기출문제와 유사하게 출제됐고 아들은 높은 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교무부장 아버지로부터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의 대학판으로 이목을 끌었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울과기대에 편입한 이 전 교수의 아들이 아버지가 담당한 과목 8개를 듣고 모두 A+ 학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발단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해당 의혹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전 교수가 동료 교수의 강의 포트폴리오를 아들에게 유출한 정황이 새로 포착됐고, 검찰은 2019년 이 전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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