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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난민 밀어내기’ 제재 경고에… 벨라루스 “유럽행 가스관 끊겠다”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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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난민 밀어내기’ 제재 경고에… 벨라루스 “유럽행 가스관 끊겠다” 위협

입력
2021.11.12 10:44
수정
2021.11.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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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행 러시아産 천연가스 20% 벨라루스 경유
獨 메르켈 중재 압박 재차 요청… 푸틴은 또 거부

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1일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1일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중동발(發) 난민을 폴란드 등 이웃 국가로 밀어내려는 벨라루스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 부과를 예고하자, 벨라루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우려하는 유럽의 취약점을 타격 목표로 삼은 것이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각료 회의에서 “우리는 유럽을 뜨겁게 덥히고 있는데 그들은 여전히 국경을 폐쇄하겠다면서 우리를 위협한다”며 “만약 우리가 천연가스를 차단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EU가 새로운 제재를 가한다면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장까지 날렸다.

유럽은 천연가스 35%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중 약 20%가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통과한다. 앞서 9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유럽 저장소에 가스를 재충전하기 시작하면서 유럽도 에너지 걱정을 다소나마 덜었는데, 벨라루스가 돌발 변수로 등장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야말·유럽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량이 전날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 난민 사태는 ‘보복’과 ‘맞보복’이 이어지며 ‘접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8일 벨라루스 국경에 머물던 중동 난민들이 무력으로 폴란드 진입을 시도한 이후 폴란드는 국경을 폐쇄했고, EU는 추가 제재 논의에 들어갔다. EU는 벨라루스가 중동 국가에서 일부러 난민들을 데려와 EU로 밀어내면서 유럽 내 정세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 부정 투표, 올해 5월 민항기 강제 착륙 사건 이후 EU가 부과한 경제 제재에 대한 ‘맞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벨라루스는 “유럽의 난민 수용 거부는 인권 탄압”이라고 반격하며 가스관 차단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다나 스피난트 EU 집행위 부대변인은 “우리는 루카셴코의 위협에도 절대 겁에 질리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며 다시 강하게 맞받아쳤다. 양측이 맹렬히 싸우는 사이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발이 묶인 난민 4,000여명은 겨울 강추위 속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푸틴 대통령에게 재차 전화를 걸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대치 상황을 끝내도록 압박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또 다시 중재를 거부했고, 이틀 연속 전략 폭격기를 벨라루스 영공으로 출동시켜 양국 간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 생명선”이라며 “크렘린궁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벨라루스도 대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러시아 허락 없이는 벨라루스가 마음대로 폭주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WP는 “러시아가 용인하지 않으면 벨라루스가 일방적으로 천연가스 공급 차단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과거 벨라루스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벨라루스 분석가 나이젤 굴드 데이비스는 “루카셴코의 발언은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며 “러시아가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어떻게 조치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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