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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과 유럽이 노래한 메시지 "이젠 안녕"

입력
2021.11.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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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작별의 시간' F# 단조

편집자주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22회> '작별의 시간' F# 단조

<22회> '작별의 시간' F# 단조

파(F)ㆍ도(C)ㆍ솔(G)에 샾(#)이 붙은 F# 단조는 비교적 희소한 조성에 속한다. 작품 수만 놓고 따졌을 때 이 조성으로 쓰인 음악이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표 곡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일부는 이별을 노래하는데 쓰였다.


지난 7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서 하이든 교향곡 45번을 연주하던 단원들의 빈자리가 가득하다.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주자들이 하나 둘씩 무대 바깥으로 퇴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연출 때문에 교향곡 45번에는 '고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서울시향 제공

지난 7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서 하이든 교향곡 45번을 연주하던 단원들의 빈자리가 가득하다.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주자들이 하나 둘씩 무대 바깥으로 퇴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연출 때문에 교향곡 45번에는 '고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서울시향 제공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우리는 함께 떠나는 중입니다. 하지만 작별이기도 하죠...' 스웨덴 출신 그룹 유럽(Europe)의 히트곡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The Final Countdown)'은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작별을 비장하게 표현한 F# 단조의 헤비메탈 곡이다. 도입부의 전자음이 특히 유명해서 영화와 드라마, TV광고 등에 널리 활용됐다. 노래 후반부 가사는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의 무수한 반복이다. 마지막 순간을 이토록 강렬하게 노래한 팝송도 없을 듯 하다.

장재진 기자(장): 유럽이 '더 파이널 카운트다운'으로 시대를 풍미하기 약 200여년 전에도 이별을 연주한 음악인이 있었다. 바로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었는데, 좀 특이한 이별이었다. 하이든이 헝가리 에스테르하지궁에서 궁정악장으로 일하는 동안 단원들은 "휴가를 가고 싶다"며 원성을 표출했다. 하이든은 고민 끝에 악단의 주인이었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에게 재치 있게 민원을 제기할 묘수를 생각해 냈다.

: 원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든 연주가 끝난 뒤 함께 퇴장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하이든이 쓴 교향곡 45번(F# 단조)은 4악장 연주가 끝날 무렵 연주자가 한 두 명씩 먼저 자리를 떠난다. 맨 뒤에는 바이올린 연주자 2명만 남는 식이다. 이 독특한 연출은 단원들이 잠시 직장을 떠나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의미했다. 실제로 이 공연을 본 뒤 하이든의 속뜻을 알아차린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단원들에게 휴가를 줬다고 한다. 그래서 하이든 교향곡 45번에는 '고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 F# 단조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춤곡 중 하나에도 쓰였다. 바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이다. 스무살의 브람스는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헝가리 집시음악을 탐구했다. 이후 21개의 헝가리 무곡 모음집을 출간하는데, 그 중 5번은 특히 사랑받고 있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앙코르 시간에 단골로 연주되는 곡이다.

: 과거의 작곡가들은 자신의 첫 작품을 악보로 공식 출판할 때 주로 독주곡이나 실내악, 또는 가벼운 관현악곡을 선택하곤 했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달랐다. 피아노라는 악기에 노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편성 관현악곡에 대한 이해까지 요구되는 피아노 협주곡을 무려 자신의 첫 번째 출판 작품으로 택했다. 게다가 조성도 흔치 않은 F# 단조를 택함으로써 진취적인 면모를 보였다.

: 흔히 클래식 곡은 '오푸스(Opus)'라는 고유 작품번호를 통해 다른 곡들과 구분하는데, 줄여서 Op. 라고 쓴다. 통상 출판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지는 편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래서 op. 1이다. 그에게 피아노 협주곡이 어떤 의미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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