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데 경찰이 출동한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웃이 냄새난다 경찰에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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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삼겹살 하나 구워 먹지 못하는 세상이다. 집에서 고기를 구웠다는 이유로 이웃이 경찰에 신고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월세냐 전세냐를 따져가며 이사 가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에서 고기 구워 먹다가 경찰 출동'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살다 살다 집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대패삼겹살을 사서 집에서 구워 먹은 일화를 전했다.

빌라에 거주하는 그는 점심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고 한다. 같은 층에 사는 이웃 A씨가 찾아와 "대낮부터 고기를 구워 먹냐"며 "빌라에서 누가 고기를 구워 먹느냐. 냄새는 어쩔 거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글쓴이에 따르면 그는 A씨에게 "내가 내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죄가 되느냐"고 따졌고, A씨는 "상식이 있으면 고작 원룸, 투룸 살면서 남의 집에서 고기를 구우면 되겠나. 딱 봐도 월세 같은데 남의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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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언쟁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A씨의 말에 화가 난 글쓴이는 그날 저녁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과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랬더니 B씨가 또 찾아와 "낮에 말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 듣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글쓴이는 이에 "그렇게 고기 냄새가 나면 이사를 가시라"고 말했다. A씨 역시 지지 않았다. A씨는 "나는 전세고 너는 월세니 네가 나가야 한다"며 황당한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글쓴이도 "월세든 전세든 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 건 아무 상관없다"고 했지만, A씨는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받아쳤다고 한다.

심지어 A씨는 글쓴이가 고기를 구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A씨는 출동한 경찰에도 "빌라에서 고기를 안 구워 먹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런 법은 없다. 본인 집에서는 그 사람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고 글쓴이는 설명했다.

경찰의 중재로 '빌라 고기 사건'은 일단락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내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이번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런 논리면 남의 집에 와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무슨 짓일까" "요즘 정말 무서운 세상" "세상이 왜 이럴까" 등으로 안타까워하면서도 "같이 잘 어울려 살자, 싸우지 말고" "서로 이해하면서 삽시다" 등의 반응도 보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