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계대출 5.2조 늘며 증가세 둔화
코로나 전보다 주담대 수요는 여전히 커
금리 올라 은행 정기예금은 17.9조 급증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전월보다 1조 원 넘게 줄었다. 금리 상승 기조가 뚜렷해지자 시중 자금은 불안한 자산시장을 떠나 은행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한 달 새 5조2,000억 원 늘었다. 9월(6조4,000억 원)보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1조2,000억 원가량 줄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이 4조7,000억 원으로 9월(5조6,000억 원)보다 9,000억 원 정도 줄었다. 한은은 "지난달 은행권의 집단대출(중도금 및 잔금대출 등 포함)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한 달 새 5,000억 원 증가해 전월(8,000억 원)보다 증가 규모가 소폭 줄었다. 올 하반기 들어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거나 아예 신규대출을 중단했고 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뎌졌지만,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3개년(2017~2019년)의 10월 평균 주담대 증가액 규모는 3조8,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달 증가액보다 9,000억 원가량 적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진정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등의 영향으로 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강화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매매와 전세거래를 위한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상승 영향으로 시중 자금 흐름에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불안한 자산시장을 떠나 정기예금 등 은행으로 방향을 튼 뭉칫돈은 크게 늘고 있는 것. 실제 10월 중 은행으로 유입된 자금은 19조5,000억 원 늘면서 전월(18조2,000억 원)에 이어 상당폭 증가했다. 특히 전월 4조 원 증가하는 데 그쳤던 정기예금 증가액이 지난달 17조9,000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은행 전체 수신 증가세를 주도했다.
예년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예금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기업과 기타금융기관(증권사 등 포함) 자금을 중심으로 한 뭉칫돈이 은행에 몰린 것으로 한은은 봤다. 대신 부가가치세 납부 등을 위한 기업자금 인출 등으로 수시입출금예금은 7조9,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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