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롤스로이스는 그 어떤 시기보다 ‘회춘’을 외치고 있다.
워낙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어 진입 장벽이 그리 낮은 건 아니지만 보다 고대 조각상 모시듯 바라보는 게 아닌 ‘기분 좋게 함께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층 젊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어필하기 위해 다채로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 역시 이러한 배경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뉴 고스트’는 롤스로이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팬텀 아래에 자리한 세단으로 보다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한층 역동적인 디테일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과연 ‘젊음’을 외치는 롤스로이스의 세단, 뉴 고스트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팬텀 아래에 자리한 차량이라 하지만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는 거대한 체격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공개된 제원에 따르면 뉴 고스트는 5,546mm의 전장은 물론 1,978mm와 1,571mm의 전폭과 전고를 갖췄다. 더불어 휠베이스는 3,295mm에 이른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V12 엔진,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2,490kg의 공차중량을 자랑한다.
보다 젊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뉴 고스트
롤스로이스가 보다 젊은 시장을 응시하고, 브랜드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방향타를 돌린 건 몇 년 전 이야기다. 그리고 지난해 국내 시장에 데뷔한 뉴 고스트는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이어 받아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물론 디자인 구성 및 기본적인 레이아웃 등에서는 거대한 신전을 앞세운 ‘롤스로이스’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편이다. 대신 각종 선과 면의 연출, 마감 그리고 디테일 등에 있어서는 한층 세련된 이미지를 제시한다.
실제 뉴 고스트의 전면에는 롤스로이스 고유의 프론트 그릴과 브랜드 엠블럼을 큼직하게 새겨 넣고, 또 브랜드를 대표하는 ‘환희의 여신’을 모셨다. 자칫 고풍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주변의 요소들과 더불어 살펴보면 꽤나 역동적인 모습이다.
특히 거대한 프론트 그릴 옆으로 자리한 헤드라이트 유닛은 디자인의 키 포인트다. 거대한 세단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한층 날렵하게 그려진 DLR을 품고, 세련된 이미지를 선사한다. 여기에 새로운 바디킷도 만족스럽다.
측면에서는 거대한 V12 엔진을 품은 거대한 보닛이 길쭉한 전장을 이끌지만, 특유의 높은 전고, 그리고 두툼한 면의 연출로 ‘탄탄한 균형감’을 드러낸다. 참고로 캐비닛 타입으로 다듬어진 도어 캐치, 그리고 동일 비율의 창문이 안정감을 더한다.
후면 디자인은 여느 롤스로이스 차량들이 그렇듯 고급스러운 요트의 감성을 드러낸다. 바디킷 끝을 살짝 늘려 뒤로 갈수록 낮게 깔리는 ‘안정감’을 더했고, 브랜드 고유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유려하게 펼쳐진 클래식한 공간, 그리고 기술의 매력
거대한 체격 안쪽에는 ‘오랜 시간’을 버텨온 롤스로이스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제시하는 최신 차량들이 미래적인 감성으로 실내를 채운 것과 달리 뉴 고스트는 굉장히 클래식한 구성을 통해 ‘브랜드의 역사’를 잇는 모습이다. 실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등을 비롯해 실내 공간에 자리한 요소들은 무척 고풍스럽게 다듬어진 모습이다.
대시보드 전체를 엎고 있는 우드 패널과 클래식한 방식의 레버, 그리고 크롬 가니시를 한층 두른 버튼과 다이얼 등은 물론이고 요트에 자리한 거대한 방향타 같은 스티어링 휠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과거에 멈춰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클래식한 그래픽 테마지만 디지털 클러스터를 더해 차량의 주행 정보를 보다 명확히 전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시한다.
여기에 매력적인 사운드 시스템, 그리고 각종 편의사양이 시선을 끈다. 참고로 롤스로이스는 ‘브랜드의 역사’를 이어가듯 수동 타입의 공조 컨트롤 패널을 제시해 다채로운 기술 속 ‘롤스로이스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
워낙 거대한 체격을 갖췄기 때문에 도어 안쪽의 실내가 광활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1열 도어를 열면 ‘딱 알맞은 공간’이 자리한 모습이다. 실제 거대한 체격에 맞춰 시트를 높여 배치했고 레그룸과 헤드룸도 적절하게 마련됐다. 더불어 착좌감 및 고급스러움을 신경 쓴 시트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다.
캐비닛 도어 타입으로 열리는 2열 도어 안쪽의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체격이 큰 운전자가 1열에 앉을 경우 2열 공간이 아주 쾌적하다고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이 높은 가치를 제시한다. 더불어 루프 안쪽에는 밤하늘의 별처럼 작은 조명들이 조용히 반짝여 시각적인 매력을 더한다.
참고로 거대한 체격을 갖춘 세단인 만큼 적재 공간 역시 넉넉한 모습이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 안쪽으로는 고급스럽게, 그리고 여유롭게 다듬어진 공간이 마련되었다. 깔끔한 구성 덕분에 활용성이 높을 것 같다. 대신 워낙 고급스러운 공간이라 ‘함부로’ 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엔드 럭셔리 세단을 위한 V12 엔진
뉴 고스트의 보닛 아래에는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의 격을 살리는 V12 엔진이 자리한다.
거대한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571마력이라는 강력한 성능, 그리고 86.7kg.m에 이르는 풍부한 토크를 저 RPM부터 제시하는 V12 6.75L(6¾)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대담한 드라이빙의 기반을 제시한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뉴 고스트는 정지 상태에서 단 4.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 역시 250km/h에 이른다. 다만 워낙 거대한 체격, 무게 때문에 공인 연비는 6.5km/L(복합 기준)으로 다소 아쉽다.
조금 더 자신을 드러내는 롤스로이스, 그리고 뉴 고스트
롤스로이스 뉴 고스트와의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세단이라 하기엔 제법 높은 전고, 그리고 이러한 체격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시트를 더한 것이 꽤나 인상적이다. 여기에 고풍스럽게 다듬어진 각종 요소들이 럭셔리 세단의 가치를 보다 강렬히 제시한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잠시 V12 엔진의 존재감이 드러나지만 이내 정숙성을 되찾으며 실내 공간의 ‘평온함’이 도드라진다. 말 그대로 VIP를 위한 공간이라는 걸 단 번에 느낄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거대한 체격, 무게를 어필하듯 발진 가속이 부드럽게 전개된다. 물론 조금 더 의지를 갖고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풍부하고 대담한 성능의 전개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엔진의 회전 사운드, 배기 사운드가 실내 공간에 전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전에 시승했던 팬텀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말 그대로 운전자의 곁에서 묵묵히 상황을 살피고, 지시를 기다리는 노집사에 가까웠던 팬텀과 달리 자신의 성능,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어필하려는 ‘젊은 집사’를 떠올리게 한다.
덕분에 조금 더 역동적이고 주도적인 주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다만 보다 엄격하게 전통적인 롤스로이스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객기’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은 주행에 걸쳐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변속기의 경우에도 변속 속도나 변속 상황에서의 질감이 운전자에게 쉽게 드러나지 않고 사륜구동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평온함’을 꾸준히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말 그대로 편하게 쉽게 다룰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주행을 하며 ‘드라이빙 모드, 혹은 스포츠 변속 모드의 도입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롤스로이스’의 아이덴티티와 거리가 더 멀어질 것 같았다.
차량의 움직임 역시 뉴 고스트의 ‘성격’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매직 카펫 라이드의 매력을 선사했던 팬텀과 달리 조금 더 노면 질감 및 주행 상황을 운전자에게 전하는 모습이다.
물론 롤스로이스 브랜드의 기조를 반영한 만큼 일반적인 도로 위를 달릴 때에도 노면 변화, 그리고 소음 발생 요인에 능숙히 대응하며 ‘쾌적한 드라이빙’을 제시하며 ‘VIP’, 그리고 운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모습이다.
대신 조금 적극적으로 주행을 전개하거나 노면 변화가 제법 큰 경우에는 ‘그 질감’을 엉덩이 시트, 그리고 페달을 통해 소소히 전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운전자가 조금 더 ‘차량의 주행’을 보다 명확히 느끼게 한다.
이러한 모습 덕분에 팬텀은 말 그대로 ‘방항탸를 잡듯’ 스티어링 휠을 쥐고, 그리고 넘실넘실 도로 위을 거니는 것이 즐거웠다면 뉴 고스트는 여전히 방향타 그립을 이어가면서도 주행 템포를 한층 높이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롤이스로이스가 단순히 ‘과거의 차량’이 아니라는 것을 한층 느낄 수 있던 부분이 바로 ‘다양한 기능’에 있다.
실제 BMW 그룹의 후광을 받고 있는 만큼 BMW 차량들에 적용되고 있는 다채로운 기능들이 뉴 고스트에도 적용되어 있어 일상적인 주행에서 ‘그 매력’을 한층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도 분명 롤스로이스의 ‘변화된 방향성’을 느끼게 하는 부분일 것이다.
좋은점: 스포티하게 다듬어진 시각적인 감각, 그리고 특별한 드라이빙의 매력
아쉬운점: 정통 롤스로이스에 비해 조금 달라진 감각들
미래에도 ‘동경할 수 있을 롤스로이스’을 기대하게 만드는 뉴 고스트
최근 롤스로이스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새롭게 다듬으며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기반으로 한 뉴 고스트는 어쩌면 ‘조금 늦은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연기관 시대의 ‘롤스로이스’의 마지막 방점, 그리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새로운 ‘젊은 감성’을 효과적으로 조율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더욱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보는 이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쥔 이들의 시선과 그 시점에 따라 평가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의미’는 분명 존재할 뉴 고스트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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