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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하늘길

입력
2021.11.0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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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천연기념물 331호인 백령도 점박이물범. 한국일보 자료사진

천연기념물 331호인 백령도 점박이물범.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령도에도 하늘길이 열릴 수 있을까. 최근 인천시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백령공항 건설계획안’이 투자심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안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인천시는 백령도에 2025년께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는 민ㆍ군 겸용 공항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 백령도에도 비행기가 뜨고 내린 적이 있었다. 섬 동남쪽 해안에 발달한 4㎞ 길이의 사빈은 규사질의 점토가 침식으로 치밀하게 다져져 천연 활주로로 활용됐다. 한국전쟁 때부터 1970년대까지 군용기가 이ㆍ착륙했지만 사빈 인근에 군사용 콘크리트 장벽과 방풍림이 조성되면서 해류의 방향이 바뀌어 펄이 쌓이면서 ‘물렁해변’으로 전락했다. 지금은 해수욕장으로만 쓰인다(사곶해수욕장). 새로운 백령공항 예정지는 사곶해수욕장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간척지(솔개지구) 일대다.

□ 백령도는 황해도 장산곶과 직선거리로 15㎞밖에 안 되는 군사적 요충지인 탓에 주민(5,200여 명)만큼이나 많은 병력이 주둔한다. 역설적으로 민간인 출입이 오랫동안 통제됐던 덕분에 자연경관의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백령도에는 기암괴석이 줄지어 서 있는 두무진, 천연기념물인 잔점무늬물범 서식지, ‘심청전’의 실제 무대인 인당수, 초기 기독교 전파거점이었던 중화동교회 등 관광상품화할 수 있는 자원이 꽤 있다. 남북관계에 순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백령도를 ‘아시아의 하와이’로 만들겠다는 개발 분위기가 꿈틀거리기도 했다.

□ 물론 정부의 예타를 통과한다고 공항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남의 흑산도 공항처럼 환경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있고, 이용객이 적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전남 무안, 강원 양양공항의 사례처럼 소규모 지방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다만 백령도는 입ㆍ출도 수단이 인천 연안부두를 오가는 페리가 유일해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이 공항 건설의 최우선 목적이라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1만 명이 넘는 민ㆍ군 상주인력을 감안할 때 백령도를 더 이상 ‘절해고도’로 남겨두는 게 타당할지, 서해 최북단의 하늘길이 열릴지 예타 조사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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