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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 초콜릿·쓰레기 절감 수프…네덜란드 KLM이 이색 기내식 만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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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 초콜릿·쓰레기 절감 수프…네덜란드 KLM이 이색 기내식 만든 까닭은

입력
2021.11.13 16:00
수정
2021.11.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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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지속 가능성 강화하는 네덜란드 KLM
비판매용 채소 수프에 이산화탄소 줄이는 초콜릿
연료 덜 쓰게 하려고… 엔진 날개·부품 수명 늘려
"지속 가능성 투자, 비용·시간 모두 절약돼 효과적"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기내식 쟁반(왼쪽)과 샐러드 용기. 두 용기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암스테르담=류호 기자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기내식 쟁반(왼쪽)과 샐러드 용기. 두 용기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암스테르담=류호 기자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은 전 세계 항공사들에 닥친 시련이자 기회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큰 항공사들은 비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위기 해결책을 남들보다 빨리 찾는다면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사 에어프랑스-KLM 역시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운항 횟수가 크게 줄어 위기에 빠지면서 90억 유로(약 12조2,962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는 금융 지원 조건으로 '친환경 경영 방안 마련'이라는 숙제를 냈다.



수프, 초콜릿까지도 친환경 고민하는 시도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친환경 초콜릿. KLM 유튜브 캡처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친환경 초콜릿. KLM 유튜브 캡처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KLM 본사에서 친환경·지속 가능성 운항이라는 과제 해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직원들을 만났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쓰레기를 줄이고 미래에 투자하는 '지속 가능성 확대'와 연료를 덜 먹도록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는 당장 친환경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다. 비용이 눈에 띄게 주는 경영 혁신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KLM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건 시대 변화에 따른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다. 친환경 기업이란 이미지 개선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결과물을 승객이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이 먹는 수프와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모양이 예쁘지 않아 슈퍼마켓에서 팔 수 없어 방치되는 채소들을 수프 재료로 사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후식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KLM은 2019년 8월부터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서 '친환경·지속 가능성 초콜릿'을 제공한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는 KLM이 투자한 파나마 농장에서 생산한다. 이 농장에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줄이는 생산 방식으로 코코아를 경작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용기, 한 번 쓰고 안 버린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탄산음료를 답는 유리컵. 왼쪽이 최근 개발한 컵으로 오른쪽보다 무게를 줄였다. 류호 기자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탄산음료를 답는 유리컵. 왼쪽이 최근 개발한 컵으로 오른쪽보다 무게를 줄였다. 류호 기자

승객들이 받는 기내식 용기는 경량화를 고민해 만든 제품이다.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되는 도기 그릇의 덮개와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 나가는 샐러드 용기, 쟁반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KLM은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하는 탄산음료 컵까지도 신경 썼다. 겉으로 보면 최근 개발한 유리컵과 기존 컵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손에 쥔 순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새 컵이 더 투명하고 가볍다.

KLM이 경량화에 신경 쓰는 건 친환경 경영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게가 줄면 연료 사용량도 줄고, 전체적인 비용도 절감된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 환경에 이롭다.

클레르 라위튼 KLM 지속 가능성 기내식 케이터링(음식 서비스 제공) 담당자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비용이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에선 한층 강화된 환경 규제에 따라 플라스틱 무게를 더욱 줄여야 한다"며 "최근 이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0일간 3단계에 걸쳐 재활용 부품 하나라도 더 찾는 KLM

네덜란드 항공사 KLM의 엔진서비스센터 내부 모습. 암스테르담=류호 기자

네덜란드 항공사 KLM의 엔진서비스센터 내부 모습. 암스테르담=류호 기자

승객들이 기내에서 직접 만질 수 있는 부분은 물론 비행기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까지도 친환경 숙제의 예외가 될 수 없다.

KLM은 엔진에 들어가는 날개의 수명 연장을 위해 특수 액체로 씻는데, 이는 글로벌 항공사 중 이 회사만 채택한 방식이다. KLM이 엔진 속 날개까지 닦는 건 기름을 덜 먹게 하려는 친환경적 측면도 있다.

KLM은 엔진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친환경 관리 대상에 올려뒀다. 이 회사는 3단계에 걸쳐 엔진 부품의 재활용 여부를 따진다. 1단계는 로봇이, 2단계는 엔지니어들이 검토한다. 마지막 3단계에선 엔지니어와 사내 관계자들이 재활용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이를 살리고자 머리를 맞댄다. 1~3단계까지 50~60일 정도 걸리지만,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나 다름없다.

부품 겉면 코팅을 벗길 때는 초고압력 물로 세척한다. 과거에는 화학 약품을 썼지만,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물로 바꿨다. 로빈 반 와팅언 센터 고객지원 매니저는 "화학 약품을 쓸 땐 (세척에) 40시간이 걸렸지만 물로 씻을 땐 20분이면 된다"며 "한 번 쓴 물은 필터를 걸쳐 다시 사용한다"고 말했다.

KLM은 친환경 비행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월 '지속 가능한 합성 항공 연료(SAF·화석연료 대체재)' 일부를 사용해 비행기를 띄우고 운항하는데 성공했다. KLM은 올해부터 친환경 연료인 SAF의 비중을 최대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암스테르담=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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