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아세안 사무국 신청사에 설치
미·중·일 등 대화상대국 중 조형물 첫 기증
각국 대사·아세안 직원 '미러맨' 따라 하기

'미러맨'을 만든 유영호(왼쪽) 작가가 임성남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대사에게 9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의 아세안 사무국 신청사 로비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9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사무국 신청사 1층 로비. 직원들이 빨간 사각 틀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똑 같은 자세를 취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대사들도 사진 찍기에 동참했다. "인상적이다" "멋지다"는 감탄사도 잇따랐다.

아세안 사무국 직원들이 9일 자카르타 신청사 로비에 설치된 조형물 '미러맨'을 따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그 옆에는 거대한 조형물이 서 있다. 사람들이 흉내를 내는 것처럼 똑 같은 자세로 상대를 넌지시 가리키는 모습이다. 네모 틀은 3.1m, 조각상은 2.4m에 달한다. 유영호(56) 작가의 '미러맨(Mirror Man)'이다. '사람은 사람의 거울' '우리는 하나'라는 뜻을 담았다. 2014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설치된 동일 작품이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잠깐 등장하면서 알려졌다.

유영호 작가가 9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신청사에서 열린 '미러맨' 기증식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이날 미러맨은 아세안 신청사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우뚝 섰다. 2019년 8월 정식 개관한 이래 텅 비어있던 신청사 로비의 중앙을 차지한 것이다. 아세안 정상 등 귀빈들이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위치다. 아세안 10개국과 미·중·일 등 대화상대국 11개국 중 아세안에 조형물을 기증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관계자는 "한국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미러맨' 설치를 아세안에 건의하자 바로 답할 정도로 흔쾌히 승낙했다"고 귀띔했다.

8일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유영호 작가.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유 작가는 전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세안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이 커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민족 인종 종교 등 다양한 다름 속에서 자기를 만나는 것, 즉 타인 속에서 자신을 만나는 진정한 소통을 상징하는 미러맨이 적절한 자리에 놓여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온 그는 2일부터 일주일간 설치에 매달렸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왼쪽 사진), 터키 부르사에 서 있는 '미러맨'. 유영호 작가 제공
미러맨의 해외 설치는 세 번째다. 2017년 북반구와 남반구의 경계인 적도가 지나가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조각상 5m)에, 2020년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오스만제국 첫 수도인 터키 부르사(조각상 3.5m)에 세웠다. 작품이 실내에 놓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 작가는 "남과 북, 동과 서가 만나는 자리마다 현재 미러맨이 서 있는 것처럼 아세안 사무국에 서 있는 미러맨이 아세안 국가들의 화합에 영감을 주길 기원한다"고 했다.

임성남(왼쪽)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대사와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이 9일 아세안 사무국 신청사에서 열린 '미러맨' 기증식에서 미러맨을 따라 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이날 오전 열린 기증식에는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과 임성남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대사, 아세안 회원국 대사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임 대사는 "미러맨은 30년 이상 발전을 거듭한 한·아세안 동반자 관계와 아세안 회원국 및 대화상대국 간 연대와 협력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라고 말했다.

임성남(왼쪽부터 여섯 번째) 주아세안 한국 대표부 대사와 림 족 호이(임 대사 오른쪽) 아세안 사무총장, 아세안 회원국 대사들이 9일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신청사에서 열린 '미러맨' 기증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한국 대표부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이던 2019년부터 매년 '한·아세안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동영상 공모전 수상작 소개, 축하 공연 등 다양한 온라인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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