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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몰린 이주민 수천 명, 군과 대치... 긴장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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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몰린 이주민 수천 명, 군과 대치... 긴장 최고조

입력
2021.11.09 17:30
수정
2021.11.09 17:4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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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은 철조망 넘어 '국경 진입' 시도도
폴란드, 경찰·군인 1만6000명 투입해 저지
"벨라루스 보복 조치" EU·나토 단호한 입장

폴란드 경찰과 군인들이 8일 벨라루스 접경인 쿠즈니차 지역에서 국경 앞 철조망을 넘으려는 이주민 수백 명과 대치하고 있다. 쿠즈니차=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 경찰과 군인들이 8일 벨라루스 접경인 쿠즈니차 지역에서 국경 앞 철조망을 넘으려는 이주민 수백 명과 대치하고 있다. 쿠즈니차=로이터 연합뉴스

벨라루스 독재 정권을 벗어나 유럽연합(EU)의 품에 안기기 위해 수개월째 EU 관문 격인 폴란드 국경 앞에 모여든 이민자들이 결국 폴란드 경찰·군인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다. 철조망을 자르고 폴란드로 넘어가려던 이민자 수백 명을 막아 세우는 과정에서 총소리까지 울려 퍼져 격렬한 현장 상황을 짐작케 했다. 국경 지대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벨라루스와 폴란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다. 그야말로 방치 상태인 이주민들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폴란드 정부는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진입하려는 이주민 수백 명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접경인 쿠즈니차 지역에 투입된 폴란드 경찰과 군인은 약 1만6,000명에 달하는데,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에는 무장한 폴란드 경찰관이 국경 철조망을 자르려던 이주민 남성들을 막아서는 장면이 생생히 찍혀 있다. 심지어 총소리마저 들린다. 벨라루스 측은 "총소리가 폴란드 쪽에서 들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확한 경위나 부상자 발생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폴란드 측은 현재 3,000~4,000명의 이주민이 국경 지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8월부터 본격화했다.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이주민들이 오도가도 못한 채 숲에서 노숙하며 국제사회의 도움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태가 이어졌다. 최근 들어선 '최소 9명이 숨졌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식량도, 피난처도 없이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 버티던 상황이 급기야 '무리한 국경 넘기' 사태마저 촉발한 셈이다. 일부 이주민은 또 다른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등으로도 월경을 시도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도 이주민 유입을 막겠다며 이날 군대 투입을 결정했다.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건너가려는 이주민 수백 명이 8일 쿠즈니차 지역에서 국경 앞 철조망을 넘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쿠즈니차=AP 연합뉴스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건너가려는 이주민 수백 명이 8일 쿠즈니차 지역에서 국경 앞 철조망을 넘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쿠즈니차=AP 연합뉴스

폴란드를 포함한 EU는 이번 이주민 사태를 '벨라루스 정부가 기획한 위협'으로 본다. EU의 자국 제재에 앙심을 품은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센코 독재 정권이 일부러 이주민들을 국경 지대로 보내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벨라루스 정부가 특별비자를 발급해 이라크 등에서 유입된 이주민을 모은 뒤, 국경 지역으로 이송시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폴란드와 EU는 이런 맥락을 감안, "이주민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주민을 벨라루스로 실어나를 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3국 항공사 제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물론 벨라루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이주민 인권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양측의 공방 속에 이주민들의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과 의약품, 의류 등을 보급하려는 구호단체도 이들에게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현지 활동가들을 인용해 "갈수록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 실제 사망자 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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