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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면 같이 살자" SNS서 유혹… '로맨스 스캠' 국제 조직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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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면 같이 살자" SNS서 유혹… '로맨스 스캠' 국제 조직 검거

입력
2021.11.09 12:04
수정
2021.11.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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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검거… 대부분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남성
미군·외교관 사칭해 SNS로 친분 쌓고 금전 요구
8개월 간 피해자 24명에 17억 원 상당 가로채
경찰 "온라인 교제시 금전 요구 유의, 신고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파병 미군, 외교관, 의사 등을 사칭해 사회관계망네트워크(SNS)에서 연인 관계를 맺은 뒤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로맨스스캠(Romance Scam)' 사기로 국내에서 십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로맨스스캠 조직의 국내 관리책 등 1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올해 2~10월 "한국으로 현금, 물건을 보내려는데 통관비가 필요하다"는 식의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꾀어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파악된 피해자는 24명으로 총 피해액은 16억 7,000만 원이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아프리카계 외국인으로, 국내에서 인출 총책, 인출책, 대포통장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을 운영해왔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외국인 명의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가로챈 돈을 인출할 때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을 자주 바꿔입는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 인출책이 검거됐을 땐 새로운 인출책을 포섭해 범행을 이어갔다.

검거된 14명 중 13명이 남성으로, 이들 일당은 주로 중장년층을 범행 타깃으로 삼고 피해자 성별에 맞춰 미군 또는 외교관 등을 연기하면서 "한국 가면 같이 살자" 등의 말로 꾀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일당은 범죄수익을 해외에 있는 총책의 지시에 따라 외국으로 송금하거나, 생활비와 명품 구입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가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조직 일당을 검거하며 범죄수익을 회수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가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조직 일당을 검거하며 범죄수익을 회수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올해 3월 국가정보원 공조로 해당 조직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검거 과정에서 피해금 9,655만 원을 회수했고, 계좌 입금 내역을 분석해 피해자들이 더는 송금하지 않도록 안내해 추가 피해를 막기도 했다.

수시팀은 일당에게 여죄가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이들을 통해 해외에 있는 조직 총책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총책의 정체가 확인되면 인터폴 적색수배와 함께 현지 법집행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찰은 로맨스스캠 등 외국인 범죄를 연중 상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스캠은 누구든지 범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금전을 요구할 때는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범죄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SNS상에 개인정보 및 사생활 노출 주의 △무분별한 SNS 친구 맺기 자제 △해외교포·외국인·파병장교·외교관 등을 자칭하는 자와 온라인 교제 유의 △선물 발송 명목 배송업체 사이트 주소(URL) 접속 주의 등을 당부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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