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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이 최동원의 열정 본받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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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이 최동원의 열정 본받았으면”

입력
2021.11.10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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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1984 최동원'의 조은성 감독

야구선수 출신으로 야구팬인 조은성 감독은 " '1984 최동원'을 완성한 후 주변에서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야구선수 출신으로 야구팬인 조은성 감독은 " '1984 최동원'을 완성한 후 주변에서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한지은 인턴기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뒀다. 몇 해에 걸쳐 일군 성과가 아니다. 1984년에만 올린 승수다. 완봉승 1회, 완투승 2회가 포함돼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완투패 1회 기록까지 있다. 최장 7차전까지 가능한 한국시리즈에서 4승 1패. 26세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동원(1958~2011)은 만화에서 다뤄도 과하다 싶은 성적을 야구 역사에 새겼다.

1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영화 ‘1984 최동원’은 불가능한 기록을 세운 최동원의 빛나던 시절을 돌아본다. ‘1984 최동원’의 조은성 감독은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를 찾아 “제 인생 프로젝트였다”며 “이제야 만들어 죄스러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1984 최동원’은 최동원에 대한 첫 다큐멘터리영화다.

조 감독은 야구선수였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그라운드를 달렸다. 어린 선수에게 최동원은 “영웅”이었다. 막 야구를 시작할 무렵이던 1982년부터 최동원은 그를 사로잡았다.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 대회 때였다. “안경을 쓴 선수라는 점부터가 특이했는데 자신보다 덩치 큰 서양 타자를 압도적인 구속으로 삼진 아웃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동원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롯데 자이언츠를 우승에 올려놓고도 1989년 쫓겨나듯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겼다. 노조 성격을 지닌 선수회 창립을 주도하다 미운 털이 박혔다. 32세에 은퇴한 후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고,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오직 그해 가을에 집중한다. 조 감독은 “방대한 자료 앞에서 최동원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빛나던 시절이 언제냐고 물으면 1984년이라고 할 것 같았어요.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집중적으로 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고요.”

최동원이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후 기뻐하고 있다. 영화사 진 제공

최동원이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후 기뻐하고 있다. 영화사 진 제공

영화는 최동원과 함께 활동했던 여러 야구인들을 통해 1984년 가을을 돌아본다. 최동원의 동갑내기 친구이면서 라이벌로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삼성 투수 김시진, 재일동포 삼성 투수 김일융, 삼성 포수 이만수, 삼성 코치 박영길, 롯데 감독 강병철, 롯데 투수 임호균, 롯데 야수 김용희, 김용철, 롯데 일본인 코치 도이 쇼스케(한국 활동명 도위창) 등이 출연한다. 조 감독은 국내 야구인을 2번 이상 만나 인터뷰했다.

김일융 선수와 도이 코치는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만날 수 있었다. 조 감독은 “김일융 선수는 일본 지인을 통해 겨우 주소를 알아내 연락했다”며 “그는 일본으로 건너간 후 한국 언론과 한번도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도이 코치는 처음엔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도이 코치를 찾는 글을 올렸고, 도이 코치 딸이 이를 보고 연락을 해왔다. 많은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도 상대적으로 소수의 목소리만 영화에 담았다. “최동원과 1984년 가을을 함께한 분들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7차전 역전 3점 홈런의 주인공인) 롯데 유두열(1956~2016) 선수, 승부처에서 대결을 펼치던 삼성 장효조(1956~2011) 선수의 육성을 담지 못했어요.”

'1984 최동원'에선 재일동포인 김일융 삼성 라이온즈 전 투수의 모습을 오랜 만에 볼 수 있다. 영화사 진 제공

'1984 최동원'에선 재일동포인 김일융 삼성 라이온즈 전 투수의 모습을 오랜 만에 볼 수 있다. 영화사 진 제공

상영시간 98분 중 42분 정도가 자료화면이다. MBC와 KBS 중계 화면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한국시리즈 전체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해의 최동원을 온전히 스크린에 복원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최동원 가족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줬다. 최동원의 아버지 최윤식씨는 당시 한국시리즈 등 아들이 출전한 주요 경기의 중계방송을 비디오플레이어로 녹화해뒀다. 최동원의 부인 신현주씨가 비디오테이프 17개를 집 창고에서 찾아 조 감독에게 전해줬다.

영화 속 그라운드는 지금보다 열악하다. 선수들의 옷 매무새와 동작은 세련미가 떨어진다. 37년 전 승부가 난 경기들이 스크린에 비쳐지는데 기이하게도 박진감과 열기가 넘친다. 발목뼈에 금이 가고도 선발 출전을 자청하는 김시진 선수 등 야구에 모든 것을 건 선수들의 면모 때문이리라. “지금 활동 중인 선수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당시 야구가 촌스럽긴 해도 굉장히 열정적이어서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거든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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