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업체에 또 다른 위기가 겹쳤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마그네슘 공급망에도 조만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초까지는 마그네슘 부족 현상이 피부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마그네슘 생산 속도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는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조만간 마그네슘 부족 사태에도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자동차 부품 공급사들이 전 세계 마그네슘 공급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생산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업계가 심각한 부족 사태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마그네슘 수출의 빠른 회복이 없다면 반도체 부족 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1년까지 연장된 차량 인도까지의 대기 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마그네슘 생산량은 정상 수준의 약 50% 정도다. 석탄 가격 급등과 에너지 배급으로 인해 제련소들이 조업을 줄이거나 중단한 것이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일부 마그네슘 생산업체들에 대해 생산 재개를 허용했지만 그 부족분을 상당히 메울 만큼은 아니라고 전했다. 현재 마그네슘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 1월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부품 공급사들이다. 마그네슘은 완성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마그네슘 자체가 사용되거나 알루미늄과의 합금 형태로 사용된다. 특히 차량 경량화는 전기차 주행 범위를 늘리는데 유용하다. 기어박스와 운전대에 마그네슘을 사용하는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ZF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마그네슘의 새 공급원을 찾고 있다면서, 시장 점유율 규모를 감안할 때 중국 공급의 손실을 상쇄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많은 양의 마그네슘을 자체 구입하지 않는 완성차 제조 업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대표적이다. 로이터통신은 폴크스바겐의 구매 책임자가 부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면서 책임자를 인용해 “계획대로라면 분명히 마그네슘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반도체 부족보다 큰 문제일지는 지금 당장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BMW는 공급과 관련한 임박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은 2022년 초까지의 재고는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유럽자동차제조자협회(ACEA)의 조나선 오리오던은 “(마그네슘 부족) 문제가 수주 내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무척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테레사 샤드 독일 비철금속 무역협회 대변인도 “폭풍 전의 고요”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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