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트리밍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단다. 사태를 알게 된 뒤 화까지 났다는 그다. 가수 영탁은 '음원 사재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영탁의 히트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음원 사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소속사 밀라그로의 대표가 직접 사재기 혐의를 인정하면서다. "무명가수의 곡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에 이성을 잃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라는 해명과 함께였다.
지난해 음원 사재기를 둘러싸고 가수들의 저격과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이 불거지긴 했지만 이를 직접 인정한 사례는 처음으로, 영탁은 '음원 사재기 1호 가수'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음원 사재기' 인정한 소속사 대표, 영탁은 '몰랐다'?
지난해 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소속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영탁 측의 음원 사재기 의뢰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등 증거를 확보한 경찰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혹은 사실이었다. 밀라그로 대표는 음원 순위를 높여주는 스트리밍 횟수를 조작해준다는 A 씨에게 3,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A 씨의 음원 스트리밍 횟수 조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음원 사재기 시도는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가 목표치를 이루지 못했다고 할지언정 사재기 시도는 명백한 범죄다.
영탁의 사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시선은 가수 본인의 인지 여부에 쏠렸다. 당초 소속사 대표는 이번 사태는 자신이 독단적으로 진행했으며, 영탁은 아무런 정보도 공유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한 매체의 보도로 영탁이 사재기 시점 스태프들과 나눴던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되며 '영탁 역시 사재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보도 당일 침묵을 지키던 영탁은 다음 날 공식 팬카페를 통해 선 긋기(?)에 나섰다. 자신은 이(음원 사재기) 건에 대해 몰랐으며, 경찰 조사 결과 역시 무혐의 결론이 났다는 설명이었다. 논란이 된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며, 오히려 매니저가 모니터 사진을 보냈던 건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성공적이지 않았던 사재기 시도, '다행'일까
그러나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2월 TV CHOSUN '미스터트롯' 참가 당시 이미 사재기 시도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소속사 대표가 지급한 3,000만 원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진행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결과론적인 심경으로 마무리 짓기에 이는 명백한 범죄다.
"솔직하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그다. 사태가 벌어진 지금 후회와 죄송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진짜 '솔직함'을 추구했다면, 사실을 인지한 당시 관련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1년 9개월 침묵의 책임은 자유로울까
음원 사재기 시도는 소속사 대표가 했고, 본인은 사태를 한 템포 늦게 파악했기 때문에 그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영탁의 말대로면 지난 1년 9개월간 그 역시 사재기 시도 정황을 알았음에도 침묵을 이어왔고, 이는 곧 그 역시 이번 사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고질적으로 제기돼 온 음원 사재기 문제는 가요계 전반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폐해였다. 오랜 시간 가수 활동을 해 왔던 영탁 역시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시도는 자신이 하지 않았기에' 본인에게 씌워진 프레임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대중의 사랑 속 지켜온 지난 1년 9개월의 침묵은 그의 선택이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사태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 침묵은 계속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영탁은 '미스터트롯' TOP6 공식 활동 종료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로 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활동 휴식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무혐의 처분에 사과문까지 게재했으니, 영탁의 활동은 쉴틈 없이 계속될지 모르겠다. 그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정직하고 진솔한 가수로서 사랑 받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오명을 떼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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