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통한 직고용 이어 자격시험까지 요구
노조 "시험 요구는 사실상 해고하겠다는 뜻"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과 함께 청와대 앞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가스공사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따라 2017년 11월부터 1,000명이 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4년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다섯 번째 총파업을 맞이한 것이다. 노조 측은 사태를 촉발시킨 정부가 수수방관하며 4년 동안 '희망고문'만 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7일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는 소속 조합원 6명이 청와대 앞에서 5일째 단식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비닐이나 천막 등 농성 물품을 반입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3일 직종별 순환 파업에 이어 12일부터는 7개 직종 모두가 참여하는 총파업을 진행한다.
사측 "소방직 50명만 직고용... 대신 다시 시험봐라"
가스공사는 시설, 미화, 특수경비, 전산, 홍보, 소방 등의 직종을 외주 업체에 맡겨 운영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내세워 가스공사를 1단계 전환 대상으로 선정했다. 상시·지속적 업무인 만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얘기였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2017년 11월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했다. 공사 측이 내놓은 안은 소방직 50여 명과 파견직을 합해 120명 정도만 직고용을 하고 나머지 미화·시설 등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방안이었다. 노조 측은 처우 개선을 전제로 자회사를 통한 전환을 수용했다.
하지만 사측은 직고용하는 소방직 50여 명에 대해 전원 경쟁채용방식을 내세웠다. 자회사로 전환하는 시설·미화 직종 노동자에 대해서도 2017년 7월 20일 이후 입사한 400여 명에 대해선 시험을 통해 적부 심사를 하겠다고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전체 직원이 4,000여 명 정도인데 1,400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모두 직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내부 직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직고용이나 자회사 전환을 하더라도 소정의 채용 절차는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사실상 해고하겠다는 것... 청와대가 약속지켜라"
하지만 노조 측은 시험을 사실상 해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정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장은 "소방 직종은 일하면서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소방 직종 50여 명은 전원 해고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전환 대상에게 인적성 검사를 요구하는 것 역시 단순 참고사항을 넘어 선발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 6월에는 가스공사 평택생산기지에서 청와대까지 가스 배관망을 따라 도보 행진을, 9월에는 대구에서 청와대까지 자전거 행진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자회사 전환까지 양보했는데도 시험 등을 제시하며 희망고문을 이어가고 있다"며 "1차 전환 대상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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